16일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은 김광현이 주인공이었다. SK 이만수 감독이 1차전 선발로 김광현을 발표했을 때만해도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보다 갸우뚱하는 사람이 더 많았다. 올시즌 김광현이 보여준 들쭉날쭉한 모습은 에이스라고 하기엔 무리가 따랐다. 그러나 이 감독은 김광현으로 밀어부쳤고 결과는 대 성공이었다.
김광현의 호투는 김광현 본인에게 부활이라는 자신감을 확실히 안겨줬다. 어깨 부상으로 긴 재활을 한 뒤 6월에야 모습을 드러낸 김광현은 5연승의 휘파람을 불기도 했으나 어깨 통증으로 쉬는 일도 잦았다. 지난 9월 7일 KIA전서 2⅓이닝 7실점의 부진 이후 25일 LG전 등판까지 18일의 공백은 김광현의 몸상태에 대해 우려를 낳게 한 것이 사실. 그런 그가 150㎞의 강속구로 돌아와 기세가 오른 롯데타자들을 10개의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예전의 힘으로 밀어부치는 투구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곧 김광현에게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주게 됐다.
SK에 막연하게 있던 '우승'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SK는 김광현이 활약한 2007년과 2008년, 2010년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지만 부상으로 빠졌던 2009년과 부진했던 지난해엔 준우승에 그쳤다. 특히 2007년 신인이던 김광현은 4차전서 상대 선발 리오스와 맞대결을 펼쳐 7⅓이닝 1안타 무실점의 깜짝 호투로 팀을 우승으로 향하는 주춧돌을 놓았다. 김광현이 있는 곳에 우승이 있었던 SK로선 그의 플레이오프 1차전 호투를 보며 자연스럽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게 됐다.
내년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큰 희망을 줬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WBC 사령탑을 맡을 예정이지만 대표팀 마운드를 생각하면 불안한 면이 있는 게 사실. 예전 국가대표 에이스로 활약했던 윤석민 류현진 등이 불운과 부진으로 올시즌 제활약을 하지 못했고, 새롭게 떠오르는 투수들은 깜짝 활약인지 확실히 정상급으로 오른 것인지 확증이 서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몸상태 때문에 불안했던 김광현이 건강하게 예전의 힘찬 공을 뿌렸으니 대표팀에 든든한 에이스가 확실히 생긴 셈이다. 특히 김광현은 일본 킬러로 명성을 높였다. 어깨 부상을 이겨내며 정신적으로도 한층 성숙해졌다. 김광현 본인이나 팀, 한국 야구를 위해서 반갑기 그지없는 호투였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