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로 큰 모션을 취했다."
최근 프로야구에서 세리머니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기쁨을 표현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의 기분을 상하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주요 골자. 롯데와 두산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두산 오재원에서부터 시작된 '어깨춤' 세리머니 때문에 양팀이 가벼운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선수들의 파이팅 넘치는 모습은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을 즐겁게 한다. 프로선수들은 팬들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따라서 축제의 한마당에 선수들의 세리머니는 약방의 감초와 같이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됐다. 특히 평소 그라운드 위에서 동작이 거의 없는 SK 김광현 같은 선수들이 깜짝 세리머니를 펼친다면 이는 그야말로 볼거리다.
김광현은 16일 인천에서 열린 롯데와의 플레이오프 1차전에 선발등판, 6이닝 1실점 호투로 승리투수가 되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이날 경기에서 김광현의 호투도 돋보였지만 가장 눈에 띄었던 것은 삼진을 잡거나 위기를 넘길 때마다 나온 김광현의 파이팅 넘치는 모션. 주먹을 쥐며 포효하기도 했고 팔짝 뛰며 호수비를 펼쳐준 동료들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평소 묵묵히 피칭에만 집중하던 김광현의 모습이 아니었다.
김광현은 경기 후 "일부러 모션을 크게 하려고 애썼다"고 밝혔다. 그는 "큰 경기에서 스스로 긴장을 풀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런 모습을 보이면 우리팀 동료들이 힘을 내고 상대팀 선수들은 더 긴장하지 않을까 생각해 의식적으로 동작을 크게 가져갔다"며 밝게 웃었다.
4회 왼 다리에 쥐가 났음에도 6회까지 호투를 이어갈 수 있었던 것은 김광현의 정신력. 김광현은 "클리닝타임 때 응급처치만 받았다. 그래서 6회 위기를 맞았다. 위기를 넘긴 것은 운이 좋았다"며 그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어린 에이스의 투혼에 팀의 맏형급인 유격수 박진만은 몸을 던져 안타성 타구를 걷어냈다.
김광현 효과는 컸다. 주장 박정권은 "김광현이라고 해서 선수들이 특별히 더 열심히 뛰는 것은 없다"면서도 "광현이가 마운드 위에서 와일드하게 공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힘을 더 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반겼다.
김광현은 "현재 어깨 상태는 시즌 중 최고다. 앞으로도 지금의 모습을 유지해 좋은 투구를 보여드리고 싶다"며 밝게 웃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