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 '명품 조연'들이 주연 나들이에 나선다. 이 중 주연 배우로서 안착에 성공하는 사람은 누굴까.
기호 1번은 조성하다. 지난 8일 개봉한 '화차'로 주연 나들이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46세 중견 배우로서 첫 주연을 맡은 영화다. 조성하의 공약은 '변신'이다.
조성하는 드라마 '성균관 스캔들', '욕망의 불꽃', '로맨스 타운' 등을 통해 점잖고 무게 있는 캐릭터를 주로 보여줬다. 하지만 이 영화에선 허술한 구석이 엿보이는 백수 캐릭터를 연기한다.
일단 평가는 괜찮다. 농익은 연기력으로 존재감을 톡톡히 발휘했다. 주연으로서 자리를 잡을 만한 경쟁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다.
흥행에서도 쏠쏠한 재미를 봤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화차'는 지난 28일 기준으로 221만 1634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기호 2번은 윤제문이다. 드라마 '마이더스', '뿌리깊은 나무', '더킹 투하츠' 등에서 조연을 맡아 강한 인상을 남긴 배우다. 특유의 카리스마와 강렬한 눈빛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올 여름 개봉하는 영화 '나는 공무원이다'의 주연을 맡았다. 7급 9호봉 연봉 3500만원의 공무원 역할을 맡아 능청스러운 연기를 펼친다. 이른바 '귀요미 공무원' 캐릭터를 연기한다. 여기에 공무원 윤제문이 '문제적 인디밴드'와 대결을 펼친다는 참신한 스토리가 더해졌다.
코믹 장르에 도전한 윤제문의 공약은 '반전'이다. 사전 모니터 시사회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서 "윤제문에게 저런 면이?"란 뜨거운 반응이 쏟아진 만큼 기대를 모으고 있다.
기호 3번은 송새벽. 영화 '아부의 왕'에서 주연을 꿰찼다. 충무로를 대표하는 '명품 조연' 중 한 명인 성동일과 주연 호흡을 맞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이 영화에서 송새벽은 아부의 달인을 만나 보험왕에 오르게 되는 융통성 없는 보험사 직원 역을 맡았다.
송새벽의 공약은 '눈도장'이다. '위험한 상견례'로 이미 한 차례 주연 신고식을 치렀던 송새벽으로선 주연으로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
특히 이번엔 좀 더 다양한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줄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오는 4월 11일 개봉하는 '인류멸망보고서'에서도 주연 배우 송새벽의 얼굴을 볼 수 있기 때문. 이 영화에선 멸망 이후 가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지하의 방주를 제공하는 오타쿠 로봇 엔지니어로 변신한다.
개성파 배우 박영서가 기호 4번이다. 영화 '고지전', '써니', 드라마 '프로포즈 대작전' 등을 통해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아 왔다. 오는 5월 크랭크인하는 영화 '코알라'의 주연으로 나선다.
박영서의 공약은 '공감'이다. '코알라'는 죽마고우인 두 친구가 전 재산을 모아 오픈한 수제 햄버거 레스토랑 버거보이를 운영하면서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다룬다. 각종 드라마와 영화에서 단역과 조연을 맡으며 한 단계씩 차근차근 올라가고 있는 박영서의 인생 스토리와 맞아떨어진다.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연기와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느냐에 따라 주연 도전의 성패가 갈릴 전망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명품 조연으로 이름을 알렸던 배우들이 주연 자리를 꿰찬다는 것은 그만큼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는 얘기"라며 "영화 업계로선 고무적인 현상이다. 현재 톱스타 대우를 받는 배우들 역시 조연 시절을 거쳤던 만큼 이들의 활약을 주목해볼 만 하다"고 생각을 전했다.정해욱 기자 amorr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