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을 해결한 박주영(27·아스널)이 과연 아스널을 떠날까.
가능성은 높다. 굳이 아스널 생활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졌다. 당초 박주영은 아스널을 유럽 생활을 마무리할 팀으로 꼽았다. 2014년 말까지 활약한 뒤 무조건 병역 이행을 위해 복귀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그러나 모나코에서 발급 받은 장기체류자격이 효력을 발휘해 10년 더 유럽에서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박주영은 아스널에 큰 기대를 품고 입단했다. 하지만 중용받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는 1경기 교체 출전이 기록의 전부다. 칼링컵과 FA컵, 유럽챔피언스리그 등 시즌 전 경기를 합해도 기록은 고작 6경기 1골이다. 최근에는 리그 출전명단에서 아예 빠지면서 사실상 전력외로 분류된 상황이다. 팀 내 주전경쟁 구도를 보면 다음 시즌에 아르센 벵거 아스널 감독이 박주영을 중용할 것이라고 내다보기 힘들다. 기대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걸림돌이 없어졌으니 다른 곳을 쳐다볼 만하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아스널이 팀 개편을 서두르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친 뒤 슈퍼마켓을 자처하고 나설 모양새다. 기존 선수들과 맺어야 하는 재계약이 원인이다. 주급 12만파운드를 받는 로빈 판 페르시는 레알 마드리드(스페인) 이적설이 떠돌고 있다. 전력의 반 이상을 차지하는 판 페르시를 붙잡기 위해서는 주급 100% 인상이 불가피 하다. 유망주로 분류해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활용했던 시오 월콧과 옥슬레이드 챔벌레인도 주급을 올려줘야 한다. 올 시즌 활약 때문에 판 페르시와 비슷한 인상폭을 보일 전망이다. 이런 상황 때문에 영국 현지에서는 아스널이 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대 이하의 활약을 한 선수들을 처분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정리 대상으로는 박주영을 비롯해 안드레이 아르샤빈, 카를로스 벨라, 니클라스 벤트너, 세바스티안 스킬라치, 마누엘 알무니아, 마루앙 샤막이 거론되고 있다.
병역 해결 전에도 박주영의 시장 가치는 꽤 높았다. 유망주의 산실인 프랑스 리그1에서 AS모나코 소속으로 뛰면서 보여준 기량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계약을 내미는 곳은 많지 않았다. 병역 때문이다. '시한부 생활'을 해야 하는 선수를 거액을 주고 데려오기는 힘들다. 모나코도 이 때문에 높은 값을 부르지 못했다. 아스널이 지난해 8월 박주영을 영입하면서 통상적인 연 단위가 아닌 개월 수까지 따져 계약을 맺은 것도 이 때문이다. 아스널과 박주영의 계약 기간은 2014년 12월 까지다.
아스널이 박주영의 이적료를 받기 위해서는 올 겨울 전까지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겨울을 넘기면 내년 여름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러나 이 때는 박주영이 보스만룰(계약만료 6개월 전부터 타 구단과 직접협상 가능)을 꺼내들 수도 있다. 한 푼이라도 남겨야 하는 아스널이 먼저 박주영의 거취를 결정할 수도 있다. 이미 아스널은 올 시즌 처분이 유력한 선수들을 한 자리에 모아 레딩과의 비공개 연습경기에 출전시켰다. 이 자리에는 아스널 구단이 초대한 스카우트들이 참석했다. 박주영은 이 경기서 득점포를 쏘아 올리면서 팀의 1대1 무승부를 이끌었다.
박주영이 매물로 나올 경우 관심을 보일 만한 팀은 많다. 올 시즌 EPL 중하위권 성적을 낸 팀이 꼽힌다. 아스널에서 볼턴으로 임대된 미야이치 료가 맹활약하면서 아스널 출신 선수는 믿고 쓸 수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 올 초 임대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 풀럼이 유력한 행선지가 될 만하다. 임대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더레흐트(벨기에)도 대상이 될 수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