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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프로종목 야구는 청정지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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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축구에 이어 프로배구에서 승부조작으로 현역 선수가 구속되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 최대 프로 스포츠인 프로야구가 때아닌 주목을 받고 있다. 야구는 종목 특성상 몇몇 선수만으로는 승패를 결정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승부 조작과는 거리가 먼 스포츠로 여겨졌다. 실제로 국내 프로야구에서 승부 조작과 관련해 특정 선수의 이름이 거론되거나 경찰의 수사가 진행된 적은 없다. 그러나 몇 년전 일부 선수들이 인터넷 불법 사이트에서 도박을 벌여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듯 '비리'가 발생될 수도 있다는 경계의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승부 조작은 힘들더라도 플레이나 상황 하나하나를 놓고 벌이는 경기 조작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경기 비리와 관련해 이른바 '청정지역'으로 불리는 프로야구에서 승부 및 경기 조작 가능성은 어느 정도이고 현실은 어떠한지 살펴본다.

▶다양한 경기 조작의 가능성

최근 몇 년 동안 프로야구를 대상으로 일부 불법 도박 사이트와 브로커들이 경기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온 것은 사실이다. 실제 프로야구를 대상으로 하는 불법 도박 사이트가 존재하기도 한다. 4개 구장 경기가 모두 TV로 생중계되고 있어 어느 장소에서라도 경기 내용을 가지고 도박 종목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회초 첫 타자가 안타를 칠지, 아웃을 당할지를 놓고 베팅을 하는 식이다. 승부 자체가 아닌 경기 내용의 일부를 가지고 도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승부가 아니라 구체적인 플레이 하나로 접근하자면 사실 야구만큼 '좋은' 종목도 없다. 이런 종류의 사이트가 활개를 칠 경우 선수들을 상대로 승부 또는 경기 조작의 유혹이 생길 수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양해영 사무총장은 "불법 사이트에 접근할 수 있고, 야구 선수들이 그런 쪽으로 노출될 소지가 있어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프로야구 선수가 이같은 불법 사이트와 관련해 유혹을 받았거나 실제 경기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보고된 적은 아직 없다.

▶집단적 또는 감독이면 가능?

메이저리그에서는 승부 조작과 관련해 굵직한 사건이 두 차례 있었다. 1919년 월드시리즈에서 시카고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벌인 일명 '블랙삭스 스캔들'과 1980년대 후반 신시내티의 피트 로즈 감독의 도박 사건이 그것이다. 1919년 신시내티와의 월드시리즈에서 8명의 화이트삭스 선수들이 브로커들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승부조작에 가담, 메이저리그로부터 영구제명을 당했다. 당시 최고의 선수였던 조 잭슨이 주도했던 사건이다. 메이저리그 통산 최다안타왕 피트 로즈는 80년대 후반 신시내티 감독 재직 당시 브로커들과 연계해 레즈 경기를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도박을 한 것이 발각돼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다. 선수들이 집단적으로 움직이거나 감독이 직접 가담할 경우 승부 조작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같은 비리가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야구에서 승부를 조작하려면 여러 명의 주전과 감독이 포섭돼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들이 승부 조작 유혹에 굴복당할 정도로 경제적 불안감이 크지는 않다.

▶방지 시스템은 필요하다

KBO와 각 구단은 현재 프로배구 승부조작 파문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양 총장은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내부 회의를 통해 혹시라도 있을 수 있는 프로야구의 승부조작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면서도 "야구를 가지고 승부를 조작하기는 힘들다. 더구나 현실적으로 당장 승부 조작이 있었는지 혹은 진행되고 있는지를 KBO나 각 구단들이 파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한 루트를 통해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을 향해 유혹의 손길이 닿을 소지는 있다. '만에 하나'에도 대비해야 한다. 양 총장은 이와 관련해 "늘 주의하고 조심해야 한다. KBO 뿐만 아니라 각 구단이 현장에서 선수들을 교육하고 감시하는 시스템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