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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또 찰스 로드 딜레마 '울고싶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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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 위기에서 극적으로 회생해서 좀 달라질 줄 알았다.

다시 시작된 첫 경기는 그런 것 같았다. 하지만 몇 경기도 버티지 못하고 곧바로 옛날 버릇을 드러내며 경기를 망쳐버리고 말았다.

부산 KT가 외국인 선수 찰스 로드 딜레마에 다시 빠졌다.

로드는 시즌 초반부터 교체 대상에 오른 선수다. KT가 영입하고 싶은 선수들이 연거푸 몸값을 튕기는 바람에 교체 시기만 늦춰졌다.

결국 로드는 지난달 말 올스타전 브레이크 기간에는 퇴출 직전까지 갔다.

하지만 대체선수 후보로 데려온 제리드 페이머스가 체력과 기량에서 현저히 떨어지는 바람에 로드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죽다 살아난 로드는 동료 국내 선수들과 미팅을 갖고 "나를 믿어달라.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할테니 서로 믿으면서 다시 잘해보자"고 다짐했다.

"이전과는 다른 '로드'를 보여주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전창진 감독은 로드를 격려하기 위해 별도 면담을 하며 4가지 약속을 지켜달라는 당부를 했고, 확답까지 받았다. 전 감독이 제시한 4가지 약속은 거창한 게 아니었다.

훈련 시간에 성실한 자세 보일 것, 용병으로서 골밑 플레이에 충실할 것, 팀을 먼저 생각할 것 등 극히 기본적인 요구사항이었다.

로드는 3일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첫 경기인 KCC전에서 35득점, 15리바운드로 89대80 승리의 일등공신이 됐다.

팀 내부에서는 "정말 로드가 달라지는 모양이다"며 안도감이 감돌았다. 하지만 안도는 잠시. 이틀 뒤 열린 동부전에서 옛날 버릇이 그대로 나왔다.

초반부터 큰 점수차로 밀려 대패가 예고됐던 이날 경기는 로드가 일찌감치 망쳤다. 골밑을 버려둔 채 슈터라도 되는 양 '미들슛(3점슛 라인 안쪽 중간 지점에서 던지는 중거리슛)'을 마구 던졌다.

공격제한시간이 10초 이상 남았는데도 볼을 연결하기는 커녕 헛슛을 쏘아대는 통에 팀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이전 KCC전때 미들슛에서 재미를 봤다고 기고만장했던 것이다.

매치업 상대가 엄연히 다른데도 머리를 쓰기는 커녕 그냥 들이대기만 했다. "예전엔 로드가 3경기에 한 번꼴로 넋을 놓았으니 이젠 5경기에 한 번 정도만 그랬으면 좋겠다"던 코치진의 바람도 물거품이 됐다. 이날 동부전에 승리하면 2위 탈환의 꿈도 꾸려고 했던 KT의 희망도 함께 날아갔다.

전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로드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로드에 관한 얘기만 나오면 이유불문하고 감독과 구단을 비난하기에 바쁜 네티즌들의 여론을 의식한 듯 했다.

KT 관계자는 "로드가 이런 플레이를 하는데도, 단순히 기록만 놓고 로드를 두둔하는 팬들을 보면 답답하다"면서 "지나친 비난 댓글을 보면 KT 팬이 아니라 우리 팀을 흔들어 이득을 보는 세력들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로드의 플레이를 현장에서 자세히 살펴보면 받아먹는 득점으로 기록을 올리는 경우가 많고, 준비한 패턴에 따라 찬스를 만들어 가는 경우는 거의 드물다. 결국 지금의 로드를 버티게 하는 것은 오랫동안 호흡하고 받쳐준 국내 선수들인 것이다.

한 번의 실수에 승패가 좌우되는 단기간 승부 플레이오프에서는 용납될 수 없는 단점을 지닌 로드다. KT가 대체용병 탐색을 완전히 접었다고 단언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