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현대 수비수 최철순(25)은 여성팬이 많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율소리 소재 전북 구단 숙소에는 최철순의 팬들이 종종 찾아 온다. 그는 오는 팬들을 그냥 돌려보내지 않는다. 밥을 사주고 택시를 태워 보내준다. 처음엔 그러지 않았다. A대표팀 사령탑으로 자리를 옮긴 최강희 감독이 "힘들게 이렇게 시골까지 찾아오는 팬들을 그냥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고 말한 후 최철순이 변했다.
최철순은 지난 시즌 배번을 2번에서 25번으로 바꾸면서 팬들에게 통 크게 과거 유니폼을 바꿔주는 자체 이벤트를 실시했다. 2번 유니폼을 갖고 오는 팬들에게 자비를 들여 산 25번 새 유니폼으로 교환해주었다. 총 100명의 팬에게 100장의 유니폼을 선물했다. 경비로 600만원이 들었다.
최철순에게 25번은 특별하다. 주로 주전으로 뛰기 시작한 보인정보고 2학년 때 배번이 25번이었다. 그때 추억의 번호로 다시 돌아가 새 기분으로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에서 한 것이다.
최철순의 현 포지션은 오른쪽 풀백이다. 하지만 2006년 전북에 입단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주로 중앙 수비수로 뛰었다. 키(1m75)는 작고 힘도 없었다. '깡'으로 볼을 찼다. 그래서 세일중때 '최투지'라는 별명이 생겼다. 함께 볼을 찼던 동료들이 악바리 같이 운동하는 최철순을 보고 투지가 좋다고 만들어 준 애칭이었다. 그런 최철순을 최강희 감독이 지금의 측면 수비수로 보직을 변경해주었다. 이후 최철순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전북의 주전 풀백으로 자리를 굳혔다. 2007년에는 캐나다 청소년월드컵에 한국 대표로 출전할 정도로 기량이 성장했다. 최강희 감독이 A대표팀 사령탑이 되면서 최철순의 A대표 발탁 얘기도 흘러나고 있다.
최철순은 지난해 시즌을 마치고 강한 상대들의 경기를 보러 직접 일본을 다녀왔다. FIFA(국제축구연맹) 클럽 월드컵 결승 바르셀로나-산토스전을 보고 왔다. 전북은 지난해 이 대회를 나갈 기회를 코앞에서 잃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알 사드에 승부차기에서 2-4로 졌기 때문이다.
최철순은 "전북은 올해도 지난해 처럼 강하고 재미있는 축구를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면서 "우리는 우리 자체 훈련이 가장 힘들다. 가장 까다로운 팀을 예상한다면 포항을 꼽고 싶다"고 말했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