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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차우찬, "난 우리팀 5등 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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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라면 한 5등쯤? 많이 오른거죠."

SK와의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생애 최고의 피칭'을 선보이며 승리를 거둔 좌완 차우찬이 팀이 보유한 12명의 한국시리즈 투수 엔트리 중 스스로에 대해 '5위권'이라고 겸손하게 평가했다. 그것도 1차전에서의 호투 덕분에 겨우 5등 안에 턱걸이를 했다고 한다. 그 피칭이 아니었으면 막강한 삼성 투수진에서는 명함도 못 내밀었을 거라는 게 차우찬의 소감. 단순한 겸손함이 아니라 충분히 근거있는 이야기다. 그만큼 올해 한국시리즈 삼성 투수진의 막강함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한국시리즈 1, 2차전을 통해 나타난 삼성 투수진의 위력은 흔한 네티즌 용어로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라고 칭할 만 하다. 어느 누구랄 것 없이 모두 막강하다. 비록 권 혁이 1차전에서 팀의 네 번째 투수로 나와 첫 상대에게 안타를 맞고 아웃카운트를 못잡은 채 마운드를 내려갔고, 정현욱이 2차전에서 세 타자에게 2안타 1볼넷을 허용한 케이스도 있었지만, 이들의 구위 자체는 나쁘다고 할 수 없었다. 이들 외 나머지 투수들은 하나같이 '언터쳐블'이다. 1, 2차전 삼성 팀방어율 0.50이라는 경이로운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그런데 이들과 한솥밥을 먹어 온 차우찬은 삼성의 '넘사벽' 투수진 사이에도 등급이 있다고 했다. 차우찬은 "(오)승환이 형이야 말할 것 없이 최고고, (안)지만이 형도 지금 물이 올라있는 상태에요. 후배 (정)인욱이도 아직 못보셔서 그렇지 정말 좋죠"라며 동료들의 칭찬에 여념이 없었다. 이 밖에 차우찬은 윤성환과 권오준 등의 이름도 언급해가며 "지금 우리 모든 투수들의 컨디션이 절정이라 누가 올라가도 잘할 거에요"라고 했다.

그렇다면 정작 본인에 대한 평가는 어떨까. 차우찬은 "저는 4~5등쯤 되죠. 아까 말했던 투수들(오승환 안지만 정인욱 권오준)을 뽑고 나면 그 다음에는 제가 들어가지 않을까요"라며 웃었다. 차우찬의 말은 이어졌다. "솔직히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청백전을 치를 때는 구위가 정말 나빴어요. 최형우 선배에게 홈런까지 맞았어요. 하지만, 미디어데이에서 류중일 감독님이 저를 칭찬해주시면서 기운이 났죠. 그리고 1차전 때 공을 던지면서 자신감이 붙었어요". 지난 25일 1차전 때의 피칭에 대해서 차우찬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그날 피칭은 제 생애 최고의 피칭이었어요. 그 때 이후 자신감과 컨디션이 더 좋아지고 있어요"라며 언제든 출격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스스로는 '5등'이라고 했지만, 차우찬의 자신감과 구위는 에이스 못지 않았다.

인천=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