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구 노리면 바보지. 직구만 노려도 못 치는데…."
SK 최동수는 포스트시즌 내내 취재진을 몰고 다녔다. 대화를 나누다 보면 베테랑 다운 연륜이 느껴진다. 이날도 화제의 중심에 있었다. 바로 한국시리즈 2차전에서 삼성 마무리 오승환을 상대로 안타를 때려냈기 때문. 최동수는 1-2로 뒤진 8회초 2사 1,2루서 오승환의 2구째 직구를 때려 중전안타를 만들어냈다. 2루 주자였던 최 정이 홈에서 아웃된 것이 못내 아쉽지만, 최동수는 이 안타로 오승환의 공이 충분히 공략 가능하다는 것을 입증했다.
최동수는 취재진에게 "오승환의 변화구를 노리는 것은 바보같은 짓"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직구만 노려도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무슨 의미일까. 최동수는 "이런 큰 경기에서 마무리 투수는 가장 좋은 공을 던질 수 밖에 없다. 오승환은 당연히 직구다. 직구를 던질 수 밖에 없다"며 "오승환은 변화구가 좋은 투수는 아니다. 직구가 워낙 좋기 때문에 변화구에 반응 안 할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직구만 노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동수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직구를 노리다 변화구가 들어왔을 때 완벽하게 치는 건 불가능하다. 그걸 하는 선수가 대단한 것"이라며 "오승환은 투피치 투수다. 선택의 어려움이 없다. 공이 워낙 좋지만 몰리는 공은 있다. 그걸 쳐야 한다"고 했다.
타석에서 본 오승환의 공은 어땠을까. 최동수는 "오승환의 직구는 홈플레이트에서 '슉'하고 떠오른다. 낮았다고 생각하는 공은 스트라이크가 된다. 스트라이크라고 생각한 공은 높게 들어와 헛스윙을 유도한다"며 "지금 공이 시즌 때보다 훨씬 좋다"고 밝혔다.
최동수는 경기 전 오승환을 봤을 때 느낀 점도 꺼내놓았다. 그는 "몸을 풀 때 롱토스 하는 걸 유심히 봤다. 근데 공이 낮게 깔려서 라이너성으로 날아가더라. 그런 공은 88년 이후 처음 본다"며 "당시 올림픽 예선으로 기억되는데, 우리 선발투수가 박동희, 일본 선발투수가 노모였다. 그때 두 투수가 롱토스 때 그런 공을 던졌다"고 했다. 곧이어 "난 오승환의 롱토스를 보고 빨래를 너는 줄 알았다. 그게 아니라면 레이저를 쏘는 것 같았다"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한편, 최동수는 3차전에 6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오승환의 그 정도로 칠 정도면 선발로 나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곧이어 덕아웃에 앉아있던 최동수에게 "오승환 실투 안 놓칠 수 있냐"며 "허벅지 다치지 않을 만큼 열심히 뛰어줘라. 2개만 바란다"며 애교 섞인 부탁을 했다.
인천=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