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류중일 감독과 SK 이만수 감독대행은 아무래도 전임 선동열 김성근 감독의 그늘에 있다. 그러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그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신만의 색깔로 경기운영을 하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취임하면서 천명한 공격야구를 한국시리즈에서도 지향하고 있다. 1,2차전서 승리한 것은 분명 강력한 마운드의 힘이었고 불펜의 의존도가 높은 것은 선 전 감독과 비슷한 면. 그러나 선 전 감독의 투수 위주의 '지키는 야구'와는 달랐다.
선 전 감독이 초반부터 무사에 주자가 출루할 때 희생번트를 댄 것과 달리 류 감독은 희생번트가 없는 강공으로 일관했다. 1차전때 2-0으로 앞선 8회말 무사 1,2루서 5번 강봉규가 번트와 버스터 사이에서 갈등을 하다 병살타로 물러난 것이 거의 유일한 작전 상황이었다.
류 감독은 1,2차전에서 경기전 취재진과 대화를 하며 "희생번트는 경기 후반에 1점을 내야할 상황이 왔을 때나 초반이라도 무사 2루라면 댈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번트를 댈 생각이 없다"면서 "오늘은 우리 타선이 5∼6점을 뽑을 것 같다"며 타격에 자신감을 비쳤다.
이만수 감독대행도 김성근 전 감독과는 선을 그었다. 미국식의 선수 개개인의 능력에 맡기는 야구를 펼치고 있다.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그런 면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다. 특별한 작전이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예전 김 전 감독은 다양한 작전 구사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감독은 별다른 작전을 구사하지 않는다. 어떤 때는 타자가 알아서 번트를 대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 대타작전을 많이 구사하지도 않는다. 주전을 될 수 있으면 그대로 기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서는 주전 9명이 9회까지 다 뛰었고, 2차전서는 대타 기용을 두번만 했다.
투수 기용도 다르다. 선발 투수를 최대한 길게 끌고 가고 있다. 구위가 조금이라도 떨어진 모습을 보이면 곧바로 불펜을 가동했던 김 전 감독과 달리 이 감독은 선발이 조금이라도 더 던지게 한다. 그러다가 위기 상황에서 점수를 주고 난 뒤 교체하는 경우가 있어 투수 교체 타이밍이 늦다는 말도 듣고 있지만 그런 선발투수 기용법 덕분에 SK가 불펜 소모를 줄여 한국시리즈까지 진출했다는 분석도 있다.
초보 감독이 보여주는 전임 감독과는 행보가 이번 한국시리즈의 또다른 맛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