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인천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인천 유나이티드와 FC서울 간의 2011년 K-리그 28라운드에서는 보기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주심이 득점 상황에서 노골 판정을 내렸다가 이를 번복한 것이다.
상황은 이렇다. 유선호 주심은 후반 28분 서울의 몰리나가 패스를 거쳐야 하는 간접 프리킥 상황을 무시하고 직접 슈팅을 했다는 원창호 제1부심의 사인을 보고 프리킥을 다시 차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에 서울 선수단과 코칭스태프들이 강하게 항의하면서 경기가 잠시 중단됐다. 이후 류희선 대기심이 그라운드로 달려나가 유 주심에게 몰리나와 함께 서 있던 현영민이 살짝 볼을 밀어줬고, 이어 몰리나가 슈팅을 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상황을 전해들은 유 주심이 몰리나의 득점을 인정하자 인천 선수단과 코칭스태프가 들고 일어나 또 다시 경기 재개가 지연됐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원 부심이 왼발로 슈팅을 하려던 몰리나가 볼을 가리고 있어 현영민이 패스를 내주는 과정을 보지 못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운택 경기감독관은 경기 후 "파울이나 득점 등 경기가 중단된 상황에서는 주부심이 합의 하에 판정을 정정할 수 있다"면서 결정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결국 판정 번복은 부심의 신호를 주심이 여과없이 받아들이면서 경기를 중단시켜 발생한 일종의 해프닝이란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었다. 이날 경기는 1대1 무승부로 마무리 됐다.
별 탈 없이 경기는 마무리 됐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틀 연속 불거진 판정 문제가 자칫 가을 잔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15일 대한축구협회(KFA)가 주관하는 2011년 하나은행 FA컵에서 수원 삼성이 박현범의 헤딩골을 주부심이 오프사이드로 판정한 것이 TV중계 화면에서 명백한 오심으로 드러났다. 6심제를 운영해 주부심 3명 외에 2명의 심판이 골라인에 각각 배치됐으나, 유명무실했다. 우승컵은 성남 일화에게 돌아갔다. 내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이 걸린 경기였기에 파장이 만만치 않다. 수원은 해당 심판과 축구협회에 중징계와 공개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승점 1이 아쉬운 리그 막판과 우승 타이틀이 걸린 6강에서 이런 문제가 반복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인천-서울전 판정 번복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기기 이전에 모두가 경각심을 가져야 할 사안이다.
최용수 서울 감독대행은 "득점을 인정 받았고, 경기는 이미 마무리 됐다. 경기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싶다"고 쿨하게 넘어갔다. 허정무 인천 감독은 일침을 가했다. 그는 "판정 문제는 프로연맹에서 가장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라면서 "K-리그의 수준이 높아지기 위해서는 심판 판정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고 쓴소리를 마다하지 않았다. 인천=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