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갖고는 안됩니다. 최소 5000억원은 되어야 합니다."
4년 전 발생한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사고의 피해주민들이 삼성중공업의 성의없는 자세를 질타하고 있다.
태안군 유류피해대책위연합회 문승일 사무국장은 2일 본지와의 전화인터뷰서 "한국해양연구원(1조2665억)과 충남발전연구회(5090억), 경기대(6884억) 등 관련 연구기관의 용역결과 기름유출 사고로 입은 태안일대의 환경피해규모는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됐다. 삼성중공업이 제시한 1000억원은 단지 여론무마용"이라고 말했다.
태안 앞바다 기름유출사고는 지난 2007년 12월7일 발생했다. 삼성중공업 해상크레인 예인선단과 홍콩 선적 유조선 허베이스피리트호가 충돌해 원유 1만2547㎘가 유출되었고, 청청해역으로 꼽히던 태안 앞바다는 검은 기름띠로 뒤덮였었다.
삼성중공업은 사고가 난 후 2개월여가 흐른 지난 2008년 2월 피해 주민들을 위해 1000억원의 발전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 발전기금은 아직도 집행되지 않고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이 약속은 손해배상 절차와는 별도로 나온 것이다. 태안 유류 유출사고에 대한 개별 주민들의 손해배상은 영국에 본부를 둔 국제 협의체인 국제유류오염보상기금(IOPC)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상태. IOPC의 조사 전문가들은 청구자들의 피해사실을 조사한 뒤 피해가 입증될 경우에 한해 보상이나 배상을 해주고 있다. 총 2만8577건의 손해배상 청구건중 현재까지 1만5110건, 52.9%에 대해 조사가 완료됐다. 이 중 손해보상이나 배상이 이뤄진 것은 2992건. 5건 가운데 1건꼴로 배상이나 보상받을 자격을 얻은 것으로 ,이같은 결과 역시 피해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런 마당에 삼성중공업의 발전기금 출연약속마저 이행되지 않자 주민들은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는 형국이다.
문승일 사무국장은 "태안 앞바다에 고기가 좀처럼 돌아오지 않고 있는 등 과학적으로 분석하기 어려운 피해는 엄청나다"며 삼성중공업의 발전기금 증액을 촉구했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중재에 나서 피해주민들과 삼성중공업의 입장을 조율하고 있으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피해대책위에서 1000억원은 받아들일 수 없고 5000억원 이상을 요구해 좀처럼 합의점이 찾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삼성중공업 측은 "1000억원의 발전기금은 회사의 경영여건을 감안해 결정한 것이다. 발전기금은 정부에 출연하겠다고 약속한 사안인 만큼 앞으로 정부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1000억원 이상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삼성중공업의 경영상태를 살펴보면 '1000억 고수' 입장은 납득하기 어렵다. 삼성중공업은 2008년 6273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둔 것을 비롯, 2009년 6699억, 2010년 8884억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올해도 2분기까지 563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으며 연말까지 9000억원 정도를 벌어들일 것으로 업계에선 예상하고 있다. 피해주민들의 증액요구에 진지하게 귀를 기우일 만한 여건이 되는 셈이다. 송진현 기자 jhso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