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지상파 채널 프로그램인 '나는 가수다'가 시청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반면 요즘 삼성에선 은연중에 '나는 선발투수다'라는 오디션이 실전에서 진행중이다.
29일 잠실구장. 이날 LG 상대로 선발 등판하게 된 삼성 차우찬이 트레이너로부터 마사지를 받고 있었다. 곁에 있던 내야수 신명철이 "야! 137" 하면서 놀렸다. 차우찬이 시즌 중반 이후 구속이 많이 떨어지면서 직구 구속이 137㎞에 머문 적도 있어 분발하라는 의미로 던진 말이다.
차우찬은 "아닙니다. 오늘은 147입니다"라며 웃었다. 에이스 자격으로 시즌을 시작한 뒤 제 역할을 못해 고민이 많았던 차우찬이다. 차우찬은 "타선 도움 바랄 필요 없이, 나만 잘 하면 돼. 나만 잘 하면 돼"라며 계속 혼잣말을 했다.
이어 안지만 강봉규 최형우 조동찬 등 선수들이 유니폼을 갈아입느라 몰려들었다. 갑자기 "요즘 우리팀 '나는 선발투수다' 분위기야"라는 얘기가 나왔다. 차우찬은 "진짜 그렇네요. 휴~, 부담 되네"라고 말했다.
그럴만도 했다. 후반기 개막후 첫 3경기에서 선발투수가 모두 호투하며 승리를 따냈다. KIA와의 주중 3연전에서 장원삼이 7이닝 2실점, 윤성환이 7이닝 1실점, 정인욱이 5⅔이닝 2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마치 박정현 김범수 윤도현이 나와 노래부른 결과처럼 됐다. 7월 들어 단 한차례도 선발승이 없었던 삼성으로선 기분 좋은 결과였다.
차우찬은 "(후배인) 인욱이보다 절 던져야 하는데…. 나도 잘 던지고, 그리고 내일(30일) 배영수 선배님도 잘 던지면 다음주에 오디션이 다시 시작되는 건가요"라며 웃기도 했다. 앞선 세 선발투수처럼 만족스런 성적을 내겠다는 의미였다. 쉬면서 차우찬의 종아리를 주물러주던 불펜투수 안지만은 "너 오늘 못 던지면 이젠 에이스라 안 부른다"라며 은근히 탈락 개념을 불어넣고 한편으론 투지를 주문했다.
'나는 가수다'에선, 앞선 가수의 무대를 바라보는 또다른 가수가 큰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 자주 나온다. 이날 차우찬도 그랬다. 그리고 한시간 뒤 차우찬의 무대가 시작됐다.
잠실=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