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목동구장. 이례적인 우천취소 세리머니가 벌어졌다. 팬들은 배꼽을 잡았다.
3회초 2-0으로 앞선 삼성공격 때 세차게 비가 내렸다. 도저히 경기를 할수 없자 심판진은 오후 7시11분에 중단을 시켰다. 그리고 30여분후. 취소결정이 내려졌다.
이 때, 삼성벤치에서 모상기가 등장했다. 보통 우천 취소 세리머니는 홈팀에서 하는 게 관례다. 그런데 이례적으로 모상기가 방망이를 들었다. 마운드에는 불펜포수 전진형이 섰다.
관중들은 이 순간, 착각했을 것이다. 준비동작, 배트를 돌리는 폼이 영락없는 양준혁(은퇴)이었다. 만세타법에 몸짓 하나하나가 양준혁과 똑같았다. 바지도 허리위까지 끌어올려 입었다. 나중에 모상기는 "3년전에 한번 흉내를 냈었는데 그 때 선배들의 반응이 좋았었다. 선배들이 등을 떠밀어서 어쩔수 없이 나갔다"고 했다.
초구에는 헛스윙을 했다. 양준혁식 헛스윙이었다. 2구째는 참았다. 3구째, 한창 때 양준혁의 만세타법이 나왔다. 모상기는 힘차게, 양준혁처럼 1루로 뛰어나갔다.
그리고는 역시 양준혁처럼 터벅터벅 벤치로 들어갔다. 관중석에서는 박수와 웃음이 터져나왔다. 세리머니 뒤 모상기는 "하기는 했지만 많이 쑥쓰럽다"며 웃었다. 목동=신보순 기자 bssh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