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일화와 인천 유나이티드 간의 2011년 K-리그 17라운드에서 서로 자책골을 주고 받는 웃지 못할 장면이 연출됐다. 성남과 인천은 10일 탄천종합운동장에서 가진 경기에서 후반 10분 사이에 각각 자책골을 하나씩 기록했다. 한 경기에 자책골이 두 차례나 나온 것은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주인공은 공교롭게도 양 팀 주장 완장을 찬 사샤(32·성남)와 배효성(29·인천)이다. 사샤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 사샤는 후반 시작과 함께 전개된 인천의 공격 상황에서 장원석이 길게 찔러준 공을 막기 위해 페널티지역 내 왼쪽으로 달려갔다. 상대 공격수가 따라붙는 것을 눈치챈 사샤는 오른발을 쭉 내밀어 골라인 바깥으로 볼을 걷어내려 했다. 그런데 볼이 솟구치면서 사샤의 오른발 윗쪽에 맞았고, 전진한 성남 골키퍼 하강진(22)의 머리를 넘어 골망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다음은 배효성 차례였다. 성남은 후반 11분 빠른 침투 패스로 인천 진영을 공략했다. 중앙 수비수 배효성은 아크 정면으로 이어진 성남의 패스를 막기 위해 왼발을 뻗었다. 그런데 볼이 발끝에 정확히 걸리면서 골문을 향했고, 인천 골키퍼 권정혁(33)은 선 채로 볼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성남과 인천 모두 득점에 환호했지만, 멋쩍음을 감출 수 없었다.
경기 전 내린 장대비가 원인이었다. 이날 탄천종합운동장에는 경기 1시간을 앞두고 굵은 빗방울이 그라운드를 적셨다. 이러다보니 축축히 젖은 그라운드에서 볼은 속도를 낼 수밖에 없었다. 이날 양 팀 선수들은 볼을 처리하는데 애를 먹었다. 조심스럽게 운영된 전반전은 문제가 없었지만, 후반 초반 결국 실수가 나오면서 한 경기 2자책골이라는 진기록이 탄생하게 됐다. 성남=박상경 기자 kazu11@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