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번째의 대포, 부활의 신호탄이 되어줄까.
'아시아 홈런왕' 오릭스 이승엽이 일본 진출 8년 만에 통산 150번째 홈런을 쏘아올렸다. 일본 프로야구 역대 통산 155번째 기록이다. 9일 세이부 돔에서 열린 세이부와의 원정경기에서 터져나온 이 홈런으로 인해 이승엽의 부활의 발걸음은 더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우선 여러모로 이승엽에게는 기분이 좋아질 만한 홈런이다. 어렵게 이적한 새 팀에서 초반에 큰 기대를 받았으나, 이승엽은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으로 인해 벤치의 신뢰를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직선적인 성격의 오릭스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이승엽에게 때론 침묵으로 때론 강한 어조로 분발을 촉구했다. 그러나 여전히 이승엽의 방망이는 시원하게 나오지 못했다. 약점인 바깥쪽 떨어지는 변화구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몸쪽 공 대처능력까지 함께 저하됐다. 결국 지난 5월9일 2군으로 내려가는 수모를 당했다.
불과 2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처럼 이승엽은 오릭스에서조차 입지가 줄어들고 있었다.
그러나 6월중순 들어 조금씩 부활의 실마리를 되찾기 시작했다. 이번에 날린 시즌 6호, 개인통산 150호 홈런은 그런 부활 움직임의 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우선 홈런의 생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일정해지고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이승엽은 약 한 달전인 지난 6월18일 주니치전에서 시즌 두 번째 홈런을 날렸다. 시즌 1호 홈런이 지난 4월13일 소프트뱅크전이었으니 1호와 2호 사이에 걸린 기간은 두 달이었다. 그러나 3호 홈런과 4호 홈런은 각각 6월24일 지바 롯데전과 7월1일 소프트뱅크전에 터져나와 2호~3호~4호의 간격이 일주일 정도를 유지하는 모습이다. 이어 지난 6일 라쿠텐전에서 5호 홈런을 날린 뒤 불과 사흘 만에 또 하나의 대포를 추가했다. 과거 한창 좋을 때 한 번 불 붙으면 걷잡을 수 없이 타오르던 모습을 되찾아간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타구의 질도 점차 좋아지고 있다. 지난 6일 날린 5호 홈런은 올 시즌 가장 먼 135m(추정)의 비거리를 기록했다. 6호 홈런은 중심에 맞지 않았음에도 끝까지 타구에 실린 힘이 빠지지 않아 결국 담장을 넘어갔다. 과거에도 한참 좋은 시절의 이승엽은 정타든 빗맞은 타구든 늘 평균이상의 비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되살아나는 것은 이승엽이 결국 부활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와중에 나온 통산 150홈런은 이승엽의 자신감을 더욱 키워주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