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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컵 8강전을 보는 울산과 전북의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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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은 정색을 하고 달려드는 데 한쪽은 1.5군 멤버로 나선다. 관심도가 떨어져 승부조작의 온상으로 지목된 리그컵 대회는 8강전도 맥빠진 경기가 될 것 같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참가팀 수원 삼성, 전북 현대, FC서울, 제주 유나이티드가 합류하는 29일 8강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기대했지만, 조별예선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주전들이 대거 빠지고, 정규리그에서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는 2군 선수들을 위한 무대라는 오명을 벗어던지지 못하는 것이다.

정규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전북과 울산 현대가 만날 때마다 등장하는 말이 '현대가 형제 대결'이다. 한국축구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현대에 뿌리를 둔 두 팀의 대결이기에 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8강전에서 격돌하는 양팀이 경기에 임하는 자세가 확연히 다르다.

최강희 전북 감독은 울산 원정경기에 주전 공격수인 이동국과 에닝요, 루이스, 김상식 등 주축 선수 10명을 출전시키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후반 교체 출전 가능성도 없다. 원정 멤버에서 제외된 이들은 전주에 남는다. 주말 홈에서 열리는 서울과의 정규리그 16라운드 경기를 준비하기 위한 조치다.

최 감독은 "리그컵 8강전은 의미가 없다"고 했다. 전북은 지난 15일 FA컵 16강전 부산 아이파크전(1대2 패) 때도 3일 후 벌어지는 정규리그 제주전(3대2 승)을 염두에 두고 베스트 멤버를 가동하지 않았다. 정규리그에 집중하기 위해 다른 대회는 사실상 포기한 것이다.

반면, 김호곤 울산 감독은 베스트 멤버를 내세우겠다고 했다. 홈팬 앞에서 이기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정규리그 전반기 15라운드를 마치고 처음 열리는 경기다. 사실상 후반기 첫 경기나 마찬가지다. 총력을 다하겠다"고 했다.

제주전에 나서는 수원, 부산과 만나는 포항 스틸러스도 일부 주축 선수들을 쉬게 할 예정이다.

팀 사정에 따라, 감독의 판단에 따라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다. 하지만 리그컵 대회도 K-리그의 일부다. 우승을 해도 특별한 메리트가 없다고, 외면만 한다면 프로팀의 존재 이유 중 하나인 팬을 우롱하는 것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