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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분석한 박태환 3관왕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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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린보이' 박태환(22·단국대)이 19일(한국시각)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타클라라 국제그랑프리 수영대회에서 3관왕에 올랐다. 전날 남자 자유형 100-400m를 석권한 데 이어 200m에서도 압도적인 레이스를 펼쳤다. 상하이세계선수권을 1개월 앞두고 실전훈련 차원에서 출전한 경기인 만큼 페이스를 조절했고, 멕시코 고산훈련을 마친 직후라 컨디션도 최상이 아니었지만 금메달 3개를 가볍게 목에 걸었다. 남자 자유형 200m에선 자신의 최고기록(1분44초80)과 1초 차인 1분45초93으로 터치패드를 찍으며 대회 신기록까지 수립했다. 미국내에서 열린 오픈대회인 만큼 전세계 수영 고수들이 총출동하는 세계선수권과는 규모나 엔트리면에서 비교할 수 없다. 박태환 본인도 "훈련성과를 어느 정도 보여준 것에 만족할 뿐 큰 의미는 없다"며 애써 담담했다. 의미를 확대할 필요도 없지만 애써 축소할 이유도 없다. 산타클라라 대회 3관왕의 의미를 냉정하게 짚었다.

▶남자 자유형 100m 펠프스 이기며 자신감

박태환은 18일 남자 자유형 100m 레이스에서 난생 처음으로 '수영황제' 마이클 펠프스(26·미국)를 누르는 감격을 맛봤다. 48초92의 기록으로 49초61을 기록한 마이클 펠프스(미국)를 0.69초 차로 따돌리고 1위를 차지했다. 남자 자유형 100m 경기는 당초 펠프스와 라이언 록티의 라이벌전으로 관심을 모았지만 금메달은 박태환의 몫이었다. 펠프스는 은메달을 목에 걸었고 록티는 왼쪽무릎 부상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8위로 내려앉았다. 펠프스는 "늦은 스타트를 만회하기 위해 머리를 최대한 숙인 채 숨도 쉬지 않고 역영했지만 박태환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며 패배를 인정했다. 올해 26세의 펠프스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3년 전 베이징올림픽 등 전성기 때와는 확실한 대조를 이뤘다.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고산훈련을 마치고 온 직후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이기는 습관'은 중요하다. 펠프스를 넘은 기억은 박태환에게 자신감으로 작용할 것이 분명하다.

▶턴, 잠영거리 100m 출전 가능성 발견

박태환 측은 이번 대회 100m 출전의 의미를 스타트, 턴 훈련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었다. 현장에서도 턴과 돌핀킥을 반복 훈련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50m 레인에서 15m까지 가능한 잠영을 집중훈련했다. 깊은 물속에서 저항을 최소화한 상태로 최상의 스피드와 거리를 확보하는 잠영 기술은 단거리 레이스에서 절대적이다. 박태환이 펠프스를 누른 100m 레이스에선 평소 보완점으로 지적돼온 잠영 거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박태환 역시 "아시안게임 때보다 턴을 한 뒤 물 속에서 훨씬 많은 킥을 한다. 전종목에 걸쳐 평균 5회 이상의 돌핀킥을 했다"고 확인했다. 광저우에서 3번에 그쳤던 돌핀킥은 5~6회, 잠영거리는 7m에서 12m로 늘었다. 볼 코치는 "돌핀킥이 많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펠프스 등 세계 최고 선수들과 비교하면 아직 어린아이 수준"이라면서 "잠영에서 킥의 숫자보다는 얼마만큼 스피드있게 킥을 하느냐가 중요하다. 계속 집중적인 훈련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세계선수권에서 주종목인 200-400m 외에 100m 출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남자 자유형 A 기준기록은 49초23으로 출전 자격엔 문제가 없다. 박태환은 "아직 최종 엔트리 마감(7월 1일)까지는 시간이 있는 만큼 차분히 고려해 볼 생각"이라고 밝혔다.

▶5개월 특훈 성과 '상하이 청신호'

박태환은 올해 2월부터 상하이세계선수권을 향한 준비를 시작했다. 5개월의 짧은 준비기간을 두고 부족하다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7개월만에 출전한 첫 공식 경기에서 박태환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줬다. 세계선수권을 앞두고 무리하지 않는 레이스이기 때문에 순위나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출전 기록에서 다른 선수들을 압도했던 200-400m의 1위 역시 떼논 당상이었다. 볼 코치는 19일 남자 자유형 200m에 나서는 박태환에게 구간 기록을 줄일 것을 주문했다. 당초 50m와 200m에 함께 출전하기로 했지만 스케줄 부담 때문에 50m 출전을 취소했다. 훈련의 일환이었던 만큼 일일 훈련양을 맞추기 위해 200m의 스피드를 높였다. 박태환이 '연습경기'에서 대회신까지 세운 배경이다. 터치패드를 찍은 이후에도 박태환은 지친 기색이 없었다. 분명 체력이 남아 있었다. 실전에서 제대로 적용되지 않던 돌핀킥도 연습 때와 똑같이 해냈다. 상하이에서 전력질주를 할 경우 상상 이상의 결과를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현장에서 아들의 경기를 지켜본 아버지 박인호씨 역시 "지금까지는 훈련이 잘돼온 것 같다"며 만족감을 표했다. 산타클라라(미국)=이사부 기자, 전영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