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경험을 위한 단순 모의고사라고 하기에는 부족하다. 속셈은 다른 데 있었다.
박태환(22·단국대)은 18일 상하이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실전 경험을 위해 산타클라라 인터내셔널 그랑프리(캘리포니아주 산타 클라라의 조지 하인스 인터내셔널 수영 센터)에 출전한다고 SK텔레콤 전담팀을 통해 공식 발표했다.
물론 실전 경험도 중요하다. 지난해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7개월 동안 공식 대회에 출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는 아주 좋은 기회다. 세계선수권까지는 약 5주 정도가 남은 기간도 그렇고, 또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마이클 펠프스 등 미국과 캐나다 호주 대표들이 대거 나오기 때문이다. 박태환도 "일단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했던 실전 분위기에 적응하는 것이 중요해 이번 대회에 출전하게 됐다"며 "오전에 예선을 치르고, 그리고 쉬고, 저녁에 결선을 치르는 식의 대회 흐름을 잠재의식 속에서 깨우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식 훈련일인 17일(이하 한국시각) 박태환은 마이클 볼 코치와 함께 1번 레인에서 50m 랩타임을 재가면서 무언가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었다. 스타트나 평범한 영법이 아니었다. 코치의 사인이 떨어지면 물속으로 들어가 벽을 차고 나가는 동작이었다. 바로 박태환의 취약점이었던 돌핀이었다.
돌핀킥은 턴을 한 뒤 물 속에서 벽을 차고 나가며 몸동작으로만 전진하는 잠영을 말한다. 지금까지 박태환이 세계 최고의 선수들에 비해 떨어지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날 훈련에서는 물속에서 최소 5회, 많게는 7회까지 찬 뒤 물밖으로 나왔다. 베이징올림픽에서 펠프스가 8회나 찬 것에 비하면 모자라지만 그래도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 3회 정도에 비하면 거의 배로 늘어난 셈이다.
이는 결국 기록 단축으로 이어질 것이 분명하다. 이에 대해 박태환과 볼 코치 모두 인정한다. 박태환은 "그냥 보기에는 좋아진 것 같지 않지만 지금까지 훈련하면서 항상 돌핀을 염두에 둬왔고, 볼 코치의 훈련도 돌핀에 집중됐기 때문에 확실하게 좋아졌다"면서 "이번 대회를 통해 그동안 훈련 때와 마찬가지로 5~6회 정도의 돌핀만 나와도 기록이 상당히 빨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볼 코치도 "이번 대회의 1차 목표가 실전 감각을 되살리는 것이지만 아시안게임 때보다 좋아진 돌핀으로 분명히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박태환은 새로운 돌핀을 일단 자신의 주종목인 400m(18일), 200m(19일)에 적용하고, 나머지 종목은 실전 감각을 되살리는데 주력할 작정이다. 산타 클라라(미국)=이사부 기자 golf@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