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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높이뛰기 ‘미녀새’ 임은지, 제2의 비상을 시작하다

박아람 기자

기사입력 2013-05-28 09:22 | 최종수정 2013-05-28 09:41



여자 장대높이뛰기의 '미녀새' 임은지(구미시청)가 기나긴 추락의 시간을 딛고 제2의 비상을 시작했다.

임은지는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과 글을 통해 대만오픈국제육상대회에서 4m20의 기록으로 우승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임은지가 공식 대회에서 4m20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10년 5월 11일 11일 창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39회 전국종별육상경기선수권대회 이후 3년 만이다.

임은지는 한때 한국 육상계에 혜성처럼 등장한 신데렐라로 각광 받았다.

지난 2009년 4월 22일 임은지는 안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13회 전국실업육상경기대회 여자부 장대높이뛰기에서 4m25를 넘어 한 차례 한국신기록을 세운데 이어 다음 시기에서 4m35까지 뛰어넘어 하루에 2개의 한국기록을 갈아 치우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같은 해 3월 26일 대만 짜오퉁에서 열린 '2009 대만국제장대높이뛰기' 여자부 결승 3차 시기에서 한국신기록이었던 4m24를 넘은 이후 한 달이 채 지나기도 전에 다시 한 번 한국신기록을 갈아치운 것.

특히 임은지의 당시 한국신기록은 그 해 여름 열리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출전 기준기록(B기록)을 통과한 기록이었다. 임은지는 이후 실제로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국내 장대높이뛰기 여자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출전권을 획득해 출전한 것은 임은지가 최초였다.

더욱더 놀라운 사실은 임은지가 이전부터 장대 높이뛰기 선수가 아니었고, 허들, 7종 경기, 세단뛰기 등을 하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전향한지 불과 1년 6개월 정도 밖에 안됐다는 점과 공식 대회 출전 1년여만에 자신의 기록을 무려 85cm나 향상시켰다는 점이었다.


임은지의 등장으로 그때까지 국내 여자 장대높이뛰기 1인자였던 최윤희(SH공사)는 2인자로 밀려났다. 임은지는 최윤희가 7-8년에 걸쳐 이룬 성과를 불과 수 개월 만에 넘어섰다.

임은지는 신장 174㎝에 체중 56㎏으로 '원조 미녀새' 엘레나 이신바예바(러시아)와 비슷한 신체조건을 지니고 있으며 다양한 다른 육상 종목을 거치면서 스피드와 근력, 점프력이 잘 길러진데다 악바리 근성에 집중력까지 겸비, 장대높이뛰기 선수로서 최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장대높이뛰기 선수로 전향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도움닫기, 장대를 땅에 짚고 하늘로 솟구치는 동작 등 기초가 부족한 것이 단점으로 지적 받았지만 일정한 시간과 꾸준한 훈련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문제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기대 섞인 견해였다.

임은지의 혜성과 같은 등장으로 국내 육상계는 임은지가 '한국의 이신바예바'를 넘어 '아시아의 이신바예바'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이와 같은 기대가 허무하게 무너져버리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2010년 부산 연제구청을 떠나 3년간 3억 5천만~4억 원(추정)을 받는 조건으로 구미시청으로 소속팀을 옮긴 이후 불운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임은지는 2010년 5월 종별선수권에서 4m20을 넘어 대회신기록을 세운 것을 끝으로 급격한 추락을 시작했다.

고질적인 발바닥, 허리 부상에 시달리면서 기록을 제대로 내지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는 금지약물복용사실이 적발돼 대표팀에서 탈락했다.

이후 임은지는 국내 1인자 자리를 다시 최윤희에게 내줬고, 최윤희가 2011년 6월 10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제65회 전국육상경기선수권대회 여자 장대높이뛰기 결승에서 4m40을 날아오름에 따라 한국신기록 보유자 타이틀까지 내주고 말았다.


그리고 임은지는 스포츠팬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최윤희가 국내 언론과 홈팬들의 관심과 성원을 받으며 무모하지만 위대한 도전에 나선 사이 임은지는 철저히 외면당했다.

그렇게 또 한 명의 유망주가 사라지는가 싶었지만 임은지는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었고, 드디어 최근 그 부활의 실마리를 찾았다.

임은지는 지난 17일 부산 중구 용두산공원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2013 부산 국제장대높이뛰기 대회' 여자부(국내외 12명 출전)에서 4m10을 기록, 에프릴 쿠비스타(4m20·미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 부활의 청신호를 켰다.

당시 부산육상경기연맹 김만호 전무이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임은지가 2년여 만에 4m를 뛰어넘었다. 그로서는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열흘 남짓 지난 시점에서 임은지는 대만 국제대회에서 더 높이 날아오르며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내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임은지가 다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한국 육상에 있어 가뭄에 단비와도 같은 소식이다. 역경을 이겨낸 부활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어떤 성과보다 더 값지게 느껴진다.

임은지는 대만 국제대회 우승 직후 페이스북에 남긴 글에서 "날씨도 엄청 덥고 3시간 동안 기다림 끝에 4m20이라는 기록에 나에게 다시 돌아왔다. 아직 부족한 것 투성이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다. 다시 가다듬고 힘 내야지"라고 적었다.

부상과 도핑 파문, 그리고 좀처럼 끝이 보이지 않던 슬럼프의 터널을 지나 비로소 제2의 비상을 시작한 미녀새의 당차고 믿음직스런 다짐이다. <임재훈 객원기자, 스포토픽(http://www.sportopic.com/)>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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