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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2022년 한국 게임산업, 키워드는 '위축'과 '도전'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22-12-25 15:36 | 최종수정 2022-12-26 09:20


2022년, 국내 게임산업은 위축과 새로운 도전의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 게임산업은 지난 2년간 코로나19 팬데믹의 직접적인 수혜를 입었지만, 엔데믹의 시대로 전환되면서 다른 문화 콘텐츠와 마찬가지로 수요가 급감하며 정체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게임업계가 주도하고 있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 P2E 등 잠재력만으로도 각광을 받았던 새로운 기술 및 트렌드도 올해 불어닥친 성장주 위축과 국내외 암호화폐 시장 붕괴로 인해 역동성이 떨어진 상황이다.

이제 이런 외부 효과를 걷어내고 스스로의 실력으로 치열한 시장에서 다시 '진검 승부'를 펼치며 구체적인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가 됐다. 내년에도 상황이 적극 개선될 것이란 기대를 하긴 쉽지 않지만, 콘솔을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으로 진출하고 블록체인과 메타버스 시장 구축을 위한 투자 및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으며 그동안 개발을 해왔던 여러 장르의 신작 출시를 예고하는 등 도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키워드를 통해 올해 게임산업을 되돌아 본다.

위축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의 완화는 외부활동의 증가와 함께 문화 콘텐츠 수요 감소로 이어졌다. 이처럼 '코로나 특수'가 사라진 상황에서, 재택근무 일반화 등 노동환경의 변화로 인한 개발 일정의 차질로 기대작들의 출시가 줄줄이 늦춰지면서 게임 이용시간과 매출의 동반 하락했다.

국내외에서 대부분 인기작들의 이용자는 20% 내외로 추락했고, 넷마블처럼 대형 게임사 가운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서는 경우가 나오기도 했으며 게임사들의 시가총액이 연초에 비해 최대 3분의 1로 축소되는 충격적인 결과를 낳기도 했다. 한 해의 업계 동향을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도 12개 출품작 가운데 무려 10개의 게임이 기존 히트 IP를 활용했다는 것만으로도 올해 이용자들의 기대와 눈높이를 충족할 신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이 주도한 기준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성장주에 대한 전반적인 기대 감소로 이어졌고, 이는 당연히 게임업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준 것은 물론이거니와 루나, 테라 등 대형 암호화폐의 폭락과 FTX 등 메인 거래소의 파산은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수 밖에 없었다.

지난해 '미르4' 글로벌 버전으로 P2E 게임을 활용한 생태계 구축에 가장 앞서 있던 위메이드의 가상화폐 '위믹스'의 이번 달 국내 4대 거래소 상장폐지라는 상황이 우려보다 파장이 적었던 것은 역설적이게도 산업계의 동력이 이미 크게 훼손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할 수 있다.

한편 지난 2월 한국 게임산업의 1세대이자, 넥슨을 국내 1위 게임사로 이끌었던 창업주 김정주 NXC 이사가 54세를 일기로 유명을 달리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김 이사는 업계의 맏형 중 하나로, 블록체인 사업 전개뿐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 공헌 활동으로 게임산업의 위상을 한단계 높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이로써 넥슨은 포스트 김정주의 시대를 준비하게 됐다.


엔씨소프트가 콘솔 및 PC 플랫폼으로 개발중인 'TL'

네오위즈의 'P의 거짓'


도전은 계속된다

위기의 경고등이 켜진 한 해였지만, 업계는 도전을 멈추지 않으며 반등을 준비하고 있다.

가장 달라진 행보는 오랜 기간 모바일게임에 집중했던 국내 산업계가 콘솔과 PC 등 다양한 플랫폼에 대응하는 신작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콘솔의 경우 북미와 유럽, 일본 등에서 여전히 메인 플랫폼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현실을 감안할 때 반드시 진출하고 성공해야 하는 분야라 할 수 있다. PC 역시 '배틀그라운드'의 사례에서 보듯 스팀이라는 글로벌 오픈마켓 등을 통해 엄청난 인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중요성은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엔씨소프트와 넥슨, 넷마블, 펄어비스, 스마일게이트,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네오위즈 등 대형 게임사는 물론 시프트업과 같은 중소 게임사들도 이 행보에 모두 가세한 가운데 네오위즈가 개발중인 액션 어드벤처 게임 'P의 거짓'이 지난 8월 유럽 최대 게임전시회 '게임스컴 2022'에서 3개 부문의 상을 수상, 수적인 면뿐 아니라 게임의 퀄리티에서도 콘솔의 본고장에서 인정을 받았다는 면에서 내년 이후의 성과를 기대케 하고 있다.

메타버스나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진심'도 여전하다. 코로나 팬데믹 시절을 통과하면서 비대면 사회의 도래는 그 속도의 문제일뿐 그 필요성과 방향성은 이미 확인했기 때문이다.

컴투스그룹은 '컴투버스', 넷마블은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월드' 등 다양한 메타버스 구축 사업의 개발을 이어가면서 내년에 글로벌 상용화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으며, 위메이드와 컴투스그룹, 네오위즈 등은 암호화폐 생태계의 위축에도 불구하고 자체 발행한 코인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투자와 협업을 지속하면서 주도권을 계속 잡고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국내에선 P2E 게임의 상용화가 더 요원해진 상황이지만, 빠르면 내년 중순쯤으로 예측하고 있는 글로벌 증시의 회복세에 발맞춰 가상자산 산업이 다시 반등할 경우 현재 개발중이고 출시를 앞둔 다양한 P2E 게임 신작의 글로벌 매출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 영화나 드라마 등을 제작하는 회사에 적극 투자를 하며 IP와 부가 콘텐츠 확보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그동안 쌓은 기술력으로 가상인간 개발을 주도하는 등 게임을 뛰어넘는 산업군으로의 확장도 더욱 활발해졌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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