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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서가 지나고 지긋지긋했던 올여름 폭염도 한풀 꺾였다. 긴 무더위로 몸과 마음이 탈진한 후 일교차가 심한 환절기로 접어들면 건강에 이상이 오기 쉽다. 환절기 건강을 지키는 최고의 약이 운동이다. 운동은 환절기 적응력을 키워주고 무더위로 지친 몸에 활력을 회복시켜 준다. 전문가 조언으로 환절기를 지나 건강한 가을을 맞이할 수 있는 올바른 운동법과 내 몸에 맞는 운동을 알아본다.
이규복 기자 kblee341@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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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드리 365mc 대표원장은 "환절기에는 기온이 낮아지면서 근육과 관절이 굳고, 유연성이 떨어지면서 부상의 위험이 커지는 시기이므로 준비운동을 통해 체온을 높이고, 근육을 유연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준비운동은 근육과 힘줄 등을 서서히 늘려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 주는 스트레칭이 최적이다. 스트레칭을 할 때는 몸의 주요 관절을 충분히 풀어주도록 하되 몸을 늘이는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고 10~15초 정도 유지하면 더욱 효과적이다.
정리운동은 운동 중에 변화된 몸의 혈액 분포, 맥박 수, 혈압 등을 일상 수준으로 되돌려 놓기 위해 하는 것이다. 가볍게 달기나 큰 보폭으로 걷기, 스트레칭을 섞어서 하는 것이 좋다.
본격적인 운동은 최소한 주당 3회 정도, 가능하다면 격일에 한번 정도는 하면 좋다. 운동 시간은 1시간이 넘지 않는 범위에서 하되, 최소 20분 이상은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나에게 알맞은 운동 강도는 맥박수로 맞춰 볼 수 있다. 최대 맥박수(220-자신의 나이)의 60~85% 정도가 알맞다. 예를 들어 본인의 나이가 서른 살이라면 190이 자신의 최대 맥박수다.
운동 시간은 오전이든 오후든 어느 때나 큰 관계는 없지만, 장년층 이후라면 환절기에는 기온이 낮은 시간대인 새벽 운동은 삼가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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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낮의 일교차가 10도 이상 나는 환절기는 면역력이 저하되기 딱 좋은 시기다. 면역력은 몸에 침입한 세균과 바이러스에 저항하는 힘이다. 면역력이 저하되면 감기나 독감 등 호흡기 질환은 물론, 결막염이나 피부 질환 등 각종 질병에 걸리기도 쉬워진다.
특히, 체온이 떨어질수록 면역력도 감소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무더위가 가고 가을에 접어들며 건강이 위협 받을 가능성도 더 커진다.
면역력 저하가 우려된다면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감기에 잘 걸리고 한번 걸리면 잘 낫지 않거나, 배탈이 자주 난다면 면역력이 떨어졌다는 신호일 수 있다. 이때 유산소 운동을 하면 산소 섭취량을 증대시켜 심폐 기능이 강화되고, 혈액 순환이 원활해진다. 또, 대사 기능이 향상되면서 면역기능을 수행하는 백혈구가 늘어나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나 세균을 공격함으로써 면역력을 키울 수 있다.
면역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무리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조깅, 자전거, 빠르게 걷기 등을 보통 주 3회, 매회 20분 이상씩 규칙적으로 하면 된다. 면역세포를 생성하는 비타민 D를 보충하기 위해 야외에서 햇볕을 받으며 운동하는 것도 좋다.
손보드리 원장은 "일교차가 큰 아침과 저녁에는 반팔보다는 보온이 되는 편한 옷을 입어야 찬 공기에 혈관이 급격하게 수축되고 혈압이 상승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며 "여름에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았던 사람이나, 심혈관계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무리하지 말고 운동 강도를 천천히 높여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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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부터 새벽 사이에 기온이 크게 떨어지는 환절기에는 관절이 무리를 받게 된다. 여름 내내 뜨거운 기온에 달궈져 있던 신체 내 인대와 근육이 기온 저하와 함께 수축되고, 관절을 부드럽게 해주는 관절활액도 줄어 관절이 뻣뻣해지기 때문이다.
혈관이 수축돼 혈액순환이 느려지고 근육과 인대로 가는 영양분과 통증완화 물질이 적게 전달되면 관절통증도 심해진다. 특히, 폭염에 야외활동을 거의하지 않다가 날씨가 선선해지며 갑자기 무릎이나 허리를 많이 쓰게 되면 통증이 더 심해질 수 있다.
하지만, 무릎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해서 운동을 전혀 하지 않으면 오히려 관절 주위의 근육과 인대가 약해지고 무릎관절의 부담이 커져 통증은 더 심해진다. 때문에, 관절에 크게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약간의 통증이 있더라도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황보현 목동힘찬병원 원장(정형외과 전문의)은 "무릎 관절이 약하다면 무리하게 뛰거나 급격한 방향전환, 관절을 과하게 구부려 관절 압력과 스트레스를 높이는 축구, 농구 등 격렬한 운동은 피하고 물속 걷기나 요가, 평지걷기, 가벼운 조깅, 맨손체조 등을 하는 것이 좋다"며 "운동 후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거나 온찜질을 하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굳은 관절을 풀어주기 때문에 무릎 관절 통증을 감소시키고 체온을 조절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허리 디스크 등 척추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수영을 권하는데, 수영 중에서도 허리에 부담을 주지 않는 배영이 좋다. 허리를 펴고 가볍게 걷는 운동이나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가볍게 하는 근력 운동도 권장된다.
환절기는 심혈관 질환에 악영향을 미치는 때이기도 하다.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혈관이 갑작스레 수축하면서 심장과 혈관 기능이 약한 사람은 뇌졸중과 급성 심근경색이 나타날 확률도 커진다.
심혈관 질환이 있다면 웨이트 트레이닝이나 수중운동, 등산, 마라톤 등 숨을 억지로 참거나 갑자기 힘을 쓰는 운동은 피하고, 온도변화가 큰 실외보다는 실내에서 가볍게 걷거나 맨손체조 하는 것을 권장한다.
이강훈 강북힘찬병원 원장(내과 전문의)은 "가을철 야외에서 운동한 뒤에는 몸이 바로 식지 않도록 체온 유지에 신경 써야 한다"며 "운동 후 땀을 흘린 상태에서 바람을 맞으면 체온이 떨어지면서 신체 균형이 무너져 체내에 침입한 바이러스 등의 활동이 활발해진다"고 말했다.
<체력보강을 위한 추천 유산소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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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은 심폐기능 강화는 물론 근력 강화와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 만점이다. 특히 칼로리 소비 면에서 우수해, 체중 70㎏인 사람이 1시간 등산을 하면 700㎉ 이상을 소비할 수 있다.
등산의 운동 효과는 크게 근력 강화, 심폐기능 향상, 정신적 만족감 등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근력 강화는 근력의 강도보다 지구력을 키우는 효과가 크다. 등산으로 단련된 근지구력은 종일 오래 앉아있거나 서서 일하는 직업인의 만성 피로감을 줄이는 데 좋다.
달리기는 속도와 경사에 따라 호흡의 크기와 횟수가 달라지지만, 등산은 비교적 호흡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 같은 일정한 호흡운동은 심폐기능을 크게 향상시킨다.
등산한 다음날 혈액 내의 '베타 엔돌핀' 양을 측정하면 전날보다 보통 10~20% 상승한 수치가 나타난다. 베타 엔돌핀은 체내 모르핀과 같은 역할을 하는 호르몬으로, 만족감과 자신감 등을 느끼게 하며 가을철 우울증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다만, 등산을 마치고 내려와서 먹는 막걸리와 파전 등의 음식은 칼로리가 꽤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막걸리 한사발(300㎖)은 150㎉ 정도, 해물파전 한 조각도 150~200㎉ 정도다. 등산 후 먹는 맛은 꿀맛이지만, 등산으로 소모한 칼로리 이상을 섭취해 운동효과가 도로아미타불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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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 운동을 제대로 하면 체형 교정 효과까지 볼 수 있다. 하지만, 몸에 좋다고 해서 무작정 한 두 시간씩 오래 걷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하체 근육이 약한 사람은 장시간 걷기가 오히려 근육이나 관절에 무리를 줄 수 있다. 일반적인 걷기는 상체의 움직임이 거의 없기 때문에 운동 효과도 크지 않다.
'파워워킹'은 상체까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일반 걷기에 비해 칼로리 소모가 높은 전신운동이다. 파워워킹을 할 땐 허리는 펴고 어깨에 힘을 뺀 채 팔을 90도로 유지하면서 앞뒤로 힘차게 흔들어줘야 상체 운동 효과가 높아진다.
다리는 곧게 뻗고 발은 발뒤꿈치가 땅에 먼저 닿게 하고 걷는 것이 좋으며, 호흡은 코로 깊게 들어 마시며 입으로 내뱉도록 한다. 시속 6~8㎞로 빠르게 걸으면 달리기보다 운동 효과를 크게 볼 수도 있다. 걸을 때 엉덩이와 허벅지 사이 근육을 짜낸다는 느낌으로 힘을 주고 걸으면 힙업과 힙라인 정리 등 체형교정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사이워킹'은 마사이족의 걸음걸이를 표방해 발뒤꿈치, 바깥쪽 발바닥, 엄지발가락 순으로 체중을 분산시키며 걷는 방법이다. 일반 걷기에 비해 무릎 관절에 부담을 덜 주고 허리 근육과 엉덩이 근육을 강화시켜 준다.
'노르딕워킹'은 스키를 타듯 양손에 막대를 쥐고 걷는 방법이다. 파워워킹보다 상체 근육을 더 적극적으로 쓰기 때문에 전신운동 효과가 크고 무릎이나 관절에 주는 부담이 적다. 다만, 노르딕워킹은 전문가에게 정확한 자세를 배우고 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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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타기는 심폐지구력 강화, 칼로리 소모로 인한 지방 및 체중 감소, 체내 콜레스테롤 감소 등 다양한 효능을 지니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자전거를 1년 이상 꾸준히 타면 심장병, 당뇨병, 비만 발병 가능성이 절만 정도로 감소하고 비만도 해결된다.
자전거 타기는 복부와 상체 등에도 운동에너지가 전달되는 전신운동이면서 동시에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유산소 운동이다. 적당한 강도로 타면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기 때문에 중년이나 노인도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운동이다.
보통 운동 강도가 낮을수록 체지방 소비가 높아지고, 운동 강도가 높을수록 탄수화물 소비 비율이 높아진다. 자전거를 탈 때 기어를 너무 높이거나 무리하게 경사진 코스를 고르게 되면 허벅지 근육에 힘이 들어가게 돼 근육의 크기를 키우는 무산소 운동이 된다. 이 때문에 체지방보다 탄수화물이 빠르게 소비되고 공복감을 유발해 운동 후 폭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전거는 타기 시작한 후 20~30분 후부터 체지방이 연소되기 시작하므로, 한 번에 30분 이상은 타야 운동 효과를 대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