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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소리…박태환…머쓱했던 올림픽 D-100기념식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6-04-27 17:05


제31회 리우하계올림픽 D-100일 미디어데이가 27일 태릉선수촌 챔피언하우스에서 열렸다. 강영중 김정행 공동 대한체육회장과 조영호 사무총장, 최종삼 태릉선수촌장과 선수, 코칭스탭이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태릉=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6.04.27/



"선수들 격려품도 없고…."

"왜 여기서 박태환 얘기가…."

27일 서울 태릉선수촌에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D-100 기념행사가 열렸다.

대한체육회 강영중-김정행 회장, 정몽규 올림픽선수단 단장, 최종삼 선수촌장을 비롯해 주요 종목 지도자-선수가 참석한 이날 행사의 기획의도는 리우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자리 마련이었다.

두 회장은 이구동성으로 "'10-10(금 10개이상, 종합 10위이내)'전략 성공을 위해 최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정 단장도 "우리 선수들이 최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체육회는 물론 정부 관계기관과 협의해 힘닿는 데까지 노력하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이에 지도자와 선수들도 100일을 앞둔 출사표를 올렸다. 양궁 스타 기보배는 "단체전 8연패란 큰 목표가 있다. 개인전 2연패도 소중하지만 단체전에 집중하면 개인 성적도 따라올 것"이라 했고, 사격 사상 첫 3연패에 도전하는 베테랑 진종오는 "결과보다 목표를 위해 도전하는 것이 큰 의미다. 가장 큰 적은 부담감이다. 후배들도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생각하길 바란다"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이밖에 다른 감독과 선수들도 착실하게 준비한 만큼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보내달라고 당부하면서 D-100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하지만 '파이팅'만 넘친 게 아니었다. 다 함께 똘똘 뭉쳐 새 출발을 다짐해도 모자랄 자리에서 다소 어색한 장면들이 속출했다.

공동 기자회견이 모두 끝났음을 알리는 사회자의 멘트가 나오자 유도의 서정복 총감독이 "1분만 발언 시간을 달라"고 양해를 구한 뒤 마이크를 잡았다. 서 감독은 선수촌지도자협의회 회장 자격으로 말하겠다며 작심한 듯 입을 열었다. "올림픽 100일 남겨놓고 선수와 지도자들은 신바람 나게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올림픽이 언제 치러지는지 모르는 국민들이 많더라. 심지어 생활체육을 하는 선수들도 모른다. 미디어가 역할을 잘 해서 국민들이 더 많이 관심가졌으면 좋겠다"며 아마추어 종목의 설움을 호소했다.


이어 쓴소리가 나왔다. "체육회장과 선수촌장의 격려 속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 지도자들은 메달 못따면 지옥행이란 심정으로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명색이 100일 앞둔 행사라는데 선수들에게 트레이닝복같은 작은 선물도 없이 미디어데이를 맞았다. 회장님들이 적극 후원하지만 모든 기업인, 정치권도 합심해서 적극적으로 후원해주면 좋겠다. 국민들이 환호하는 올림픽이 되도록 해달라." 내빈들 표정은 머쓱해진 반면 이곳 저곳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D-100 축제에서 선수단을 격려하기 위한 작은 후원의 손길이 부족한 것에 대한 작심발언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체육회가 이날 선수촌 공개 행사를 하면서 예산 부족으로 선수식당 식사가 모자랄까봐 걱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부의 관심을 호소하는 서 감독의 발언이 나올 만도 했다.

여기에 브라질 현장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연이어 나왔다. 지카바이러스 등 보건환경과 정국 불안, 모든 면에서 열악했기 때문이다. 체육회는 성적에 앞서 선수단 안전에 더 전전긍긍해야 할 판이다. 최종삼 촌장도 "소극적으로 목표를 잡은 것은 현지 훈련 캠프를 차릴 수 있는 여건이 전혀 안되기 때문이다. 여러 번 현장 답사했지만 적응훈련을 할 캠프가 없다. 마땅히 식사할 곳도 없어서 한식당을 한국에서 공수해야 한다"며 암담한 분위기를 대변했다.

그런가 하면 박태환의 올림픽 출전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서 체육회는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조영호 체육회 사무총장은 "(동아수영대회 출전 중인 박태환이 세계 상위권 기록을 낸 것에 대해)기록은 기록이고, 규정은 규정이다. 향후 어떤 문제가 발생하든지 그에 맞춰 대처해 나간다. 재고의 여지가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덧붙여 조 사무총장은 "이중처벌이란 잣대 이전에 약물복용은 반사회적인 이슈가 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권고가 있다지만 국내의 문제다. 우리의 규정이 있다. 약물복용 문제는 오히려 강화해서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는 게 선수를 위해서 좋은 일이다"며 당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자 다른 한쪽에서는 "선수촌에서 땀 흘리는 선수들을 위한 자리인데 하필 여기서 박태환 얘기가 왜 나왔는지…"라는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희망찬 출정식 열기로 가득찰 줄 알았던 이날 행사는 이래저래 어수선하고 머쓱한 현장이 되고 말았다.
태릉=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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