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야말로 60분 드라마를 6분짜리 느낌으로 만들어버렸다. 박경수 작가의 눈을 뗄 수 없는 필력에 무시무시한 사람 냄새를 뿜어내는 상대역 조재현, 그 중심에 선 김래원의 시한부 연기란….드라마 '펀치'의 호평에는 이유가 있었다.
"홀가분하다. 영화 '강남 1970'과 연결 된 작품이라 한꺼번에 작업 해왔다. 1년 가까이 온거다. 영화 준비가 꽤 길어서 마지막 촬영하는 주가 되니까 전주부터 기운이 빠지더라. 긴장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진정성, 통했다. 김래원은 이 작품으로 최고의 칭찬을 들었다. 박경수 작가가 대본 끝에다 '박정환은 김래원이 만들었다'라고 쓴 것."대본 끝에다가 적어줬더라. 기분이 좋았다. 조금 겸손하게 이야기하자면 혼자 만든 것은 아니고, 깔려있어서 한 것이고, 옆에 있는 인물들이 시너지를 잘 냈고, 던지고, 받고 하는 부분이 많았던 조재현 선배와의 호흡도 좋았다."
그가 그리고 싶었던 박정환은 어떤 인물이었을까. "나쁜 놈이다. 따지고 보면 이태준 총장(조재현)이 하경(김아중)을 감옥에 넣어도, 정환이는 그렇게 하면 안되는 인물이었다. 설득력을 가졌던 것은 마음이 약해서 하경이 엄마 앞에서 울 때, 몸이 아파서 힘들 때 울고하는 신에서 진정성 있게 노력을 많이 했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이 절실하게 시청자들에게 보여졌고, 그런 게 좋은 평을 들었다면 감사하다."
|
배우라면 한 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연기이지만, 그 아픔의 크기를 표현해낸다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계속 아프고, 고통스럽고 한다면 드라마가 무겁고, 재미 없었을 것이다. 이건 처음부터 박경수 작가님이 정확하게 짚어줬다. 팁을 줬다. 날이 계속 서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밖에서는 아프게 안 움직였으면 좋겠다. 아픈 것을 진짜 모습에서는 숨기고, 연기해야 하니까 쉽지 않더라. 박정환이 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어느덧 서른 중반의 나이에 접어든 김래원에게 연기란 무엇일까. "18년을 했더라. 나는 이렇게 말한다. 연기파 선배 배우들이 보면 웃을 수도 있겠지만, 매년 연기할 때마다 다큐멘터리라고 생각하고 노력하는 편이다. 함축적인 표현도 많이 하려고 하고, 단순한 분노가 아니라 표정 하나로 다양한 모습을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영화 '강남 1970'에서도 진짜 깡패처럼 한다는 게 어떤 것일까. 서울의 희망에 젖어있고, 얼마나 진짜처럼 하느냐."
|
김겨울기자 winte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