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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프로 스포츠, 공도 많지만 아쉬움도 있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6-17 17:24 | 최종수정 2013-06-18 08:11


6연패를 달성한 삼성화재 신치용 감독이 선수들로부터 행가레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KOVO

삼성을 빼놓고 한국 프로 스포츠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프로축구 삼성 블루윙스, 남자 프로농구 삼성 썬더스, 여자 프로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 남자 프로배구 삼성 블루팡스. 삼성이 운영하고 있는 5개 프로 스포츠 구단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는 삼성을 비롯한 주요 대기업이 끌어가고 있는데, 이 중에서도 삼성은 특별하다. 앞에서 열거한 프로 4개 종목, 5개 팀을 운영하고 있는 기업은 삼성이 유일하다. KIA 타이거즈(야구)와 전북 현대(축구), 울산 모비스(남자농구), 현대캐피탈(남자배구)을 지원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정도가 삼성에 필적할만한 규모다.

한국 최고의 기업, 세계 최대 IT기업답게 삼성이 나서면 뭔가 다르다는 얘기가 스포츠계에도 자연스럽게 통용된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삼성 라이온즈를 시작으로 삼성의 일등주의는 차원이 다른 지원으로 이어졌고, 해당 종목의 패러다임을 바꿔 놓았다. 삼성 라이온즈는 국내 구단으로는 처음으로 메이저리그의 명문 LA 다저스와 교류를 시작했고, 야구 종주국 미국 플로리다에서 전지훈련을 실시했다. 당장 성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미래를 바라보고 진행한 투자였다. 삼성은 또 1996년 경산에 클럽하우스와 2군 구장, 훈련시설, 수영장까지 갖춘 경산볼파크를 만들어 육성시스템의 차원을 끌어올렸다. 1985년 통합 우승을 맛본 삼성은 전폭적인 투자를 하고도 오랫동안 정상에 서지 못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팀을 정비한 라이온즈는 5차례나 한국시리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며 명실상부한 한국 최고의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라이온즈가 프로 원년에 출범한 반면, 프로축구는 출발이 조금 늦었다. 그러나 수원 삼성은 1983년 원년 멤버, 전통의 명문팀들과 확실히 달랐다. 1996년 리그에 합류한 수원 삼성은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던 프로축구단에 유럽식 운영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해 새바람을 일으켰다. 또 수원 삼성 출범과 함께 국내 프로축구에 본격적인 서포터스 문화가 탄생했고, 국가대표팀 서포터스 '붉은악마'로 이어졌다.


2010년 수원 삼성이 FA컵에서 우승하자 한화하는 수원 서포터스. 스포츠조선 DB
출범 때부터 다수의 대표급 선수, 특급 외국인 선수로 막강 전력을 구축한 삼성은 짧은 시간에 K-리그를 대표하는 구단으로 도약했다. FC 서울과 수원 삼성이 벌이는 라이벌전은 K-리그는 물론,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품매치로 자리를 잡았다.

남자 프로배구 삼성 블루팡스는 이미 한국 프로 스포츠에서 아무도 가보지 못한 영역에 들어섰다. 지난 시즌 대한항공을 꺾고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린 삼성 블루팡스는 V-리그 6시즌 연속 우승 신화를 만들었다. 물론, 국내 프로 스포츠에서 6시즌 연속 우승은 삼성 블루팡스가 처음이다. 남자농구 삼성 썬더스와 여자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도 소속 리그의 리딩 구단이다. 삼성 썬더스는 지난 11시즌 중에서 10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한국 프로 스포츠의 역사가 삼성이고, 삼성이 한국 프로 스포츠의 역사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삼성은 해당 종목 전체에 기여를 하는 입장에서 산하 프로 구단의 운영과 성적에 매진하는 듯한 모습이다. 반도체와 모바일 등을 앞세워 세계 최고의 IT기업으로 발돋움한 삼성은 2000년대 후반 비슷한 시점에서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타이틀 스폰서를 포기했다. 삼성증권(2000~2004. 삼성 Fn.com)과 삼성전자(2005~2008. 삼성PAVV)가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를 맡았다가 손을 뗐다. 타이틀 스폰서로 국내 프로축구를 지원했던 삼성전자(삼성PAVV, 삼성하우젠 )는 2008년을 마지막으로 인연을 끊었다.

삼성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면서 마케팅 대상이 한정된 국내 스포츠 지원에 매력을 잃었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삼성은 2008년부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첼시의 유니폼 스폰서를 맡고 있다.


삼성 이승엽과 류중일 감독, 삼성 관계자들이 2012년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뒤 축하행사를 갖고 있다. 스포츠조선 DB

한국축구 하면 금방 떠오르는 기업이 현대다. 현대기아차그룹(전북 현대)과 현대중공업(울산 현대), 현대산업개발(부산 아이파크) 등 범 현대가 프로축구 3개 팀을 운영하고 있다. 정몽준 전 대한축구협회장의 사촌동생인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이 한국축구 수장을 맡고 있고, 권오갑 프로축구연맹 회장은 현대중공업 계열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다. 현대중공업은 프로팀 울산 현대뿐만 아니라 내셔널리그의 미포조선, 울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2011년부터 K-리그 클래식 타이틀 스폰서를 맡고 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본능 총재는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동생이고, 구본준 LG 트윈스 구단주의 형이다. 희성그룹 총수인 구 총재는 야구를 특별히 아끼는 재계인사이기도 하지만 LG를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LG그룹 오너 일가의 특별한 야구사랑은 널리 알려져 있다.

반면, 삼성하면 바로 떠오르면 스포츠가 없다. 삼성 산하 프로구단 이름이 거론될 뿐이다. 일부 종목에서는 삼성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라고 있지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분명 이런 면에선 한국 최고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행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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