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김응용감독 '망향의 눈물'
기사입력 2000년 01월 24일 13시 46분
"중국인들조차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끝내 해태 김응용감독의 눈가에 이슬이 맺혔다. 냉철한 승부사의 이미지에 대단한 카리스마를 가진 김감독이지만 북한에 있는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어쩔 수 없다. 가슴에 사무친 한 때문이다.
지난 22일 김감독은 중국 광둥성의 마첸카이 감독과 광저우 시내 한 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북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술이 몇순배 돌고 이럭저럭 야구 이야기가 나오던 중. 합석한 한 중국코치의 입에서 "북한에서도 야구를 하더라"는 말이 나왔다. 김감독의 표정이 갑자기 바뀌었다. "평양에도 가 봤어?" 그 코치는 2년전 사천성대표팀과 함께 평양을 방문했다. 북한에도 성인 야구팀이 4개, 중학교에서도 야구를 한다고 했다. 물론 수준은 많이 뒤쳐진다고.
그러나 김감독이 궁금해한 것은 야구 이야기가 아니었다. "평양에 자주 드나드는 편인가?" 마첸카이 감독이 한술 더 떴다. "나는 작년에 갈 기회가 있었지만 다른 사람에게 양보했다"고. 결국 김감독이 고개를 떨궜다. 궁금해진 마첸카이 감독이 물었다. "대만사람들도 본토에 자유롭게 드날들 수 있는데 한국과 북한은 안 그렇나 보죠?"
야구로는 모든 것을 이뤘지만 지척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조차 확인 못하는 것을 항상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김감독이다. 1.4후퇴때 어머님과 가족들을 평양에 남겨둔채 부친의 손을 잡고 남쪽으로 내려온 이야기는 유명하다. 몇년전인가는 실제로 북한 방문을 시도했지만 외부에 먼저 사실이 알려지는 바람에 무산되기도 했었다.
"나도 중국 대표팀 감독을 하면 평양에 가 볼 수 있을까?" 김감독은 `농담'이라며 갑자기 껄껄 웃어 넘겼지만 붉어진 눈가만은 감추지 못했다.
[광저우＝전동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