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춘남씨] 예술로 승화시킨 누드집촬영
기사입력 1999년 01월 04일 15시 21분
류미오(24) 누드집인 `레드 폭스'의 촬영을 맡았던 변춘남 감독(36)은 새작품의 탄생에 대한 기쁨보다는 목하 고민에 휩싸여있다.
그 첫번째 고민은 자기 아내(33)에게 선뜻 완성된 작품을 보여주기가 망설여진다는 것이고 두번째는 주위의 친구들이 "누드집 한권(1만8천원)만 달라"는 주문이 쇄도하기 때문.
붉은 여우라는 뜻의 `레드 폭스'에는 류미오의 뇌쇄적인 포즈가 112페이지를 현란하게 장식하고 있다.
"분위기에 따라 더 요염한 표정과 아슬아슬한 자세를 원했지만 현장에서는 전혀 사적인 감정이입이 있을 수가 없어요. 촬영감독에게 벗은 여체는 피사체에 불과하니까요."
그런데 책이 나온뒤에 보니까 가슴이 좀 뜨끔하더라는 것이다.
6개월 정도 누드촬영이 진행된 현장에는 변춘남 감독과 누드배우인 류미오만이 출입할 수 있을 뿐 나머지 스텝들은 문밖에서 얼씬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변씨에게 쏟아지는 세인의 궁금증과 호기심이 더욱 별난 것인지도 모른다.
변씨는 86년 신구전문학교 사진학과를 졸업한뒤 6년 동안 수영복 패션전문 촬영기사로 충무로에서 이름을 날렸다.
그러다 우연히 류미오의 누드집 기획을 하던 한명구 감독을 만나 `팔자에도 없는' 누드촬영을 하게됐다고 한다.
"솔직이 처음엔 망설였어요. 집사람과 아이(7세) 생각이 퍼뜩 떠오르더라구요. 그래서 책을 낼 땐 가명을 쓰자고 했다가 그냥 본명으로 나가게 됐어요."
누드작가 초년병치고는 상당한 기량을 보였다는 호평을 들은 그는 "누드촬영을 많이 해온 류미오가 워낙 자연스럽게 포즈를 잡아줘서 생각보다 쉽게 일이 끝났다"고 말했다.
그의 연출포인트는 `다같은 알몸을 어떻게 예술적으로 형상화시키느냐'는 것.
`작품성'에 포인트를 맞추려는 변감독과 `상업성'에 초점을 맞추길 바라는 출판사측과의 신경전도 만만치 않았다.
"누드촬영은 연출의 미학이기 때문에 연출자의 계산된 기획과 순발력있는 감성이 아주 중요하지요. 그렇지 않으면 천하게 보일 수가 있어요."
그래서 촬영장소는 고급스럽고 외국풍을 살린, 분위기있는 곳으로 골랐다.
양수리, 양평 등지의 영국식 인테리어가 잘 갖춰진 별장과 강남의 미국식 브로드웨이 레스토랑 및 안산의 난(蘭) 농장에서 진행됐다.
레드 폭스는 세상에 나온지 채 2주일이 안됐지만 벌써 1만부 정도가 팔려나갈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류미오의 누드촬영 현장과 인터뷰 기사는 오는 15일 일본의 슈우칸 겐다이(週間現代)에 실릴 예정이어서 `한국판 미야자와 리에'에 대한 일본팬들의 평가가 어떻게 나올지 자못 궁금하다.
[김동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