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쌍쌍이 집을 짓는다

기사입력 1997년 01월 05일 14시 46분

돌부처 이창호9단은 혼합복식에서도 천하무적일까? 남자 기사와 여류 프로가 짝을 지어 대국하는 프로 쌍쌍전이 오는 8일부터 3개월간 한국기원에서 열린다. 국내 첫 출범하는 제1회 배 프로 페어바둑최강전은 여자∼여자∼남자∼남자∼여자… 순으로 착수하는 연기바둑대회. 파트너와의 환상적인 호흡이 절대적이다. 여류 프로들은 `먼저 찍는 쪽이 임자'라는 방식으로 남성 파트너를 지명했다. 이창호9단은 영문학도인 남치형 초단이 낚아챘다. 남 초단과 이9단은 75년생 동갑내기로 토끼회 회원이다. 입단 햇병아리인 14세 여류 최연소 홍꽃노을 초단은 일찌감치 9단에게 달려갔다. 자기 외에는 짝을 짓지말라고 반 협박(?), 흔쾌히 허락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인기면에선 `꽁지머리' 김성룡4단이 군입대로 빠진 자리에 사람좋은 신세대로 소문난 김승준(24)4단이 `캡'이었다. 치열한 경쟁속에 `낭랑18세' 이지현 초단이 김4단의 허리를 낚아챘다. 서봉수9단은 여류 유일의 본선진출자인 이영신 초단을 짝으로 맞았다. 여류국수 3연패자인 윤영선 초단은 스승 김영환4단과 단짝을 이뤘다. 반면 한국기원 최고의 미남 총각기사 유창혁9단은 대이변속에 탈락했다. 한 관계자는 "지레 겁을 먹고 누가 감히 선택을 못했거나, 아니면 소문에 복기 지도에 짜다는 유9단을 일부러 피했을 것"이라고 토를 달았다. 중국 출신의 `아기 엄마' 황염2단은 중국 객원기사 오송생9단이 호주 바둑축제를 떠나, 친오빠처럼 잘 해준다는 홍태선8단의 손을 대신 잡았다. 한편 바둑TV 여류해설가로 유명해진 이정원(22)초단은 대전 출신의 스승이자 국내 최고령기사인 김태현(87)4단을 택하는 효심으로 스승을 기쁘게 하면서, 최고령 커플(109세)의 영예(?)를 누렸다. 15세 권효진 초단은 예상대로 `여류바둑사단'의 총사령관인 아버지 권갑룡6단을 독점 지명, 부녀기사로 출전한다. 프로 페어전은 2년전 일본이 선수를 쳤다. 지난해 제2회 기린배 프로페어전은 고바야시 고이치9단과 이즈메 초단 부녀가 우승했다. 한국기원은 여류 프로의 수가 꼭 16명이 된 올해 남녀프로의 교류확대와 팬서비스 차원에서 프로페어 16강전을 출범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