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타일기]전도연-귀여운 요정 천사표 며느리!
기사입력 1996년 10월 31일 14시 04분
나는 1973년 2월11일, 서울 （당시는 서대문구） 남가좌동에서 태어났다. 37세의 나이로 나를 가지셨을때 벌써 오빠는 13세, 언니는 11세나 된데다 몸도 약한 엄마는 별로 낳을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결국 나를 지울 생각으로 산부인과를 찾았는데 의사선생님이 "몸이 너무 약해 낙태를 감당할수가 없다. 몸을 좀 건강하게 해서 오라"고 했다는 것. 한달정도 먹고 자고 해서 몸을 좀 불려 병원에 갔더니 이번엔 "아기가 너무 커서 지금 수술하면 산모가 위험하다. 지금 몸 상태를 보니 충분히 낳을수 있겠다"며 출산을 권유하더라는 것. 자칫하면 난 고개도 내밀지 못할뻔 했다. 그런 위기를 뚫고 태어난 나여서인지 갓난 아기일때부터 모든 면에서 성장이 빨랐지만 일어서 걷는게 너무 빠른 것이 내게는 화（禍）가 되기도 했다. 첫돌 무렵, 나는 어머니가 식히려고 부어 놓은 대야의 뜨거운 물을 깔고 앉아 오른쪽 허벅지에 화상을 입었다. 설마 저녀석이 걸어서 저기까지 가랴 하고 방심한 사이 비틀비틀 걸어가 사고를 쳐 버린 것이다. 기억은 안 나지만 지금도 남아있는 상처를 보면 몸서리가 쳐진다. 한참 나중의 이야기지만 스포츠드라마 `사랑은 블루'를 찍을때도 흉터 때문에 나는 수영복 입은 장면에서는 항상 왼쪽만 비추게 된다. 귀엽지 않은 아기가 어디 있을까마는 태어났을때의 나는 차마 보기 힘들 정도로 못생겼었다고 한다. 특히 갓난아기일때는 코가 전혀 없고 콧구멍 2개만 나란히 뚫려 있어 친척 어른들은 "우리 집안엔 납작코가 없는데 혹시 어디서 바뀐것 아니냐"고 하실 정도였다고. 지금도 그리 높은 코는 아니지만, 그리고 내가 봐도 뛰어나게 예쁘다고는 할수 없지만 그래도 심한 무리 없이 탤런트를 하고 있는 걸 보면 아기들이 못생겨서 고민하는 젊은 엄마들에겐 좀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