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여는 문학계의 첨병 신세대 작가들<1>
기사입력 1996년 03월 20일 16시 59분
##소설‘푸르른 틈새’권여선
##올 상상문학상... "문장구사력 최고" 찬사
소설가 권여선선(31)의 이름은 낯설다.
그러나 그가 최근 펴낸 장편 `푸르른 틈새'(상상 간)는 대단한 잠재력을 지닌 작가라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그것은 기성세대에 무조건 반발하는 `신세대문학'이 아니라 기성세대의 전통을 이어받은 내실있는 `신세대문학'의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
"흔히 말하는 신세대 소설은 아니에요. 문학의 체계적인 수업이나 학습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것이 좋은 작업은 아닌듯 해요. 우리의 소설 전통에 충실하고 싶어요."
올 상상문학상을 받은 `푸르른 틈새'는 평자들로부터 "최근 각종 문학상의 응모작 가운데 최고 수준의 문장구사력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그의 문체는 개성적이며 어떤 마력까지 지니고 있어 독자들을 사로잡는 흡인력을 지니고 있기까지 하다.
`젖은 방'이라는 상징적 공간을 배경으로 서른살짜리 여성인 `나 손미옥'이 겪는 젊음의 슬픔과 방황, 그 소진과 성숙의 의미를 그려내고 있다.
일종의 성장 소설인 이 작품은, 나의 삶에 대한 회상, 항해사인 아버지의 실패한 삶, 그리고 딸에게 시를 읽어주며 외로움을 달래는 어머니와 그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초점.
"누구나 생각한 세계인지도 몰라요. 심리적으로 우유부단하고 현실적으로는 주변적인 것들…. 그런 것들이 끝임없이 흔들리는, 위악한 세계를 그리게 한 것 같아요."
권여선은 현실과 세상에 대해 손을 잡을 수 없는 위악스런 세계가 자칫 "여류적이다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자기소설을 솔직하게 평가했다.
그러나 그의 작품이 완성도 높은 소설로 읽혀지는 것은 왜일까? 그것은 삶이 갖는 형식에 대한 섬세한 탐구와 인식에 있다. 주인공 `손미옥'의 자전적인 삶의 요소들을 `나'라는 폐쇄된 인물이 아닌 `우리'라는 보편화된 인물로 형상화하고 있는 점은 매우 뛰어나다.
경북 안동 출신으로, 국문학과 및 대학원에서 문학비평을 공부한 권여선은 "앞으로 소설만 쓰고 싶다. 특히 단편소설에 대해 큰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