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이강백 - 연출 오태석 '황색여관'서 손잡다
기사입력 2007-03-21 12:11
| 거장과 거장이 손잡다 |
한국사회 빈부격차-세대갈등 통렬한 풍자  |
연출가 오태석이 색다른 약속을 했다. 극작가 이강백의 신작 '황색여관'을 목요일(22일)부터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리는데, 희곡의 대사를 100％ 사용하겠다고 공언했다.
오태석은 연극계에서 대본이 너덜너덜하기로 유명하다. 수정을 너무나 많이 해서, 어제 공연과 오늘 공연 내용이 다를 정도. '어느 게 원본인지 몰라 전집을 낼 수 없는 작가'로도 통한다. 오태석은 또 "만약 공연 때 희곡과 다른 대사를 찾아내는 사람은 유럽 여행을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농담조로 한 말이기는 하지만, 그만큼 이번 공연에 신경을 쓰고 있다는 반증이다.
공연장 입구에서 이번주 출간된 '황색여관' 단행본을 판매한다. 국립극단의 한 관계자는 "서로 상대방에 대한 예우, 존경을 표하는 동시에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강백은 '알레고리의 작가'로 불린다. 은유와 반복, 우화적 표현을 통해 사회에 대한 통렬한 비판과 풍자를 해왔다. 오태석은 자신의 희곡만을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30여년간 다른 작가의 작품을 연출한 게 5편밖에 안될 정도다. 국립극단 단장에 취임한 후 처음 연출하는 작품이다.
'황색여관'은 허허벌판에 서 있는 여관이 배경이다. 등장인물은 여관 주인 측과 손님 측으로 나뉜다. 젊고 가난한 군상들과 돈 많고 나이든 무리들이 서로를 믿지 못하고 피 튀기는 살인을 벌인다. 여관을 운영하는 부부는 그저 죽은 손님들의 물품만 탐을 낸다. 한국사회의 빈부 격차, 세대간의 소통 부재 등을 날카롭게 형상화한다.
냉소적이면서 이기적인 여관부부로 성격파 배우 오영수와 곽명화가 출연하고, 최상설 김종구 서앙원 한윤춘 등 중견배우들도 사실감 있는 무대를 선보인다. (02)2280-4115 < 임정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