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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궁문화를 한자리에, 세계민족궁대축전을 가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9-22 06:39



활쏘기는 인류의 문명과 그 시작을 같이 한다. 수렵 생활이 시작된 후 인류가 첫 번째로 발명해 낸 보편적 과학적 무기가 바로 활과 화살이었다. 약 1만5000년전 후기 구석기 시대의 작품으로 알려진 프랑스 라스코 동굴 벽화에도 활로 사냥을 하는 인류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각 문화권에서 보편적으로 탄생한 궁술은 사냥을 위한 도구에서 전쟁용 무기, 그리고 현재에는 정신 수양과 레저를 위한 스포츠 문화로 독자적 발전을 이뤄왔다. 근대 스포츠로 정착해 올림픽 정식 종목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이렇게 개량화된 궁술 이전의 각 문화권 고유의 전통 활에 대한 관심도 크다. 이는 문화의 고유성을 지키고 전통을 계승한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이 있다. 한국에서 발족한 '세계민족궁협회'는 우리 전통 활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전통 궁술 문화 발전을 주도해나가고 있다. 국민생활체육회의 중점 지원에 힘입어 이미 세계 최대의 '민족궁 대축전'을 올해로 9번째 개최하고 있다. 한국 민족궁의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본좌'의 위치를 확고히 해 나가고 있는 '세계민족궁 축전'의 현장을 찾았다.


◇김성수 국민생활체육 전국궁도연합회장 겸 세계민종국연맹 회장(왼쪽에서 두 번째)이 20일 청주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회 세계민족궁대축전에서 여자부 금은동메달 리스트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생활체육 전국궁도연합
지구촌 궁 문화를 한 자리에

지난 19일 충청북도 청주에서 5박6일 일정으로 개최된 세계민족궁 축전은 올해로 9회째다.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그 규모는 실로 엄청나다. 이번 대회만 해도 34개 나라에서 총 200여명의 선수단과 국내 민족궁 동호인 등을 포함해 총 600여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가했다. 명실상부 '지구촌 문화축제'라고 볼 수 있다.

명맥이 희미해져 가던 전 세계의 전통 궁 문화를 복원하고 세계인을 한 자리에 불러모은 힘은 '세계 최강'으로 알려진 한국 민족궁에서 나왔다. 세계민족궁연맹을 발족하고, 더불어 지구촌 문화축전인 '세계민족궁 축전'을 만든 것은 2005년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 시절. 당시 국민생활체육전국궁도연합 양승조 회장이 전세계 민족궁도의 교류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뒤 원성모 사무처장을 비롯한 실무진이 발벗고 나섰다. 이 때의 작업은 마치 모래밭에서 바늘 찾기 같았다.

원 사무처장은 "각 문화권 별로 고유의 전통 궁도 문화가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당시에는 각 나라에서 어떻게 활동하고 있는 지는 파악되지 않았다. 아시아에서는 한국과 일본, 몽골 정도만이 전통 궁문화를 협회 차원에서 보존하고 있었다. 유럽에서는 그저 클럽 활동 정도일 뿐이었다. 각 대사관에 협조 공문을 보내고, 국회와 외교통상부 차원에서 각 나라별로 접촉해 민족궁에 대한 자료를 얻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다"고 10년전을 회상했다.


◇20일 청주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회 세계민족궁대축전에 참가한 말레이시아 선수들이 단체 활쏘기 시연을 하는 장면. 사진제공=국민생활체육 전국궁도연합
세계가 인정한 한국 궁도의 우수성


그렇게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남미 등 전 세계에 고유하게 퍼져있는 민족궁의 뿌리를 찾아낸 국민생활체육 전국궁도연합은 2007년 5월, 천안에서 드디어 제1회 '세계 민족궁 축전'을 개최했다. 21개국이 참가했고, 이 때를 계기로 각 나라에서도 민족궁에 대한 전통 계승 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했다. 그 움직임을 하나로 모아 2011년 세계민족궁연맹(WTAF)이 발족했다. 현재는 43개국이 정식 가맹돼 있고, 총 66개 나라가 각자의 전통 궁도 문화를 내세우는 추세다.

세계민족궁 대축전은 일 년에 한 번씩 세계 각국의 전통 궁도문화가 한 자리에 모이는 자리다. 단순히 자기 나라의 궁도 문화를 알리는데 그치지 않고, 경합을 통해 서로의 장점을 나누기 시작했다. 원 사무처장은 "1회 대회 때는 시연에만 초점을 맞췄지만, 축전의 몰입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 2회부터는 대회 형식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면서 "하지만 각 나라의 궁도 문화가 다르기 때문에 모든 문화권을 아우를 수 있는 방식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각 나라의 궁도 문화에 맞는 타겟과 발사 거리를 규정화 해 경기 형식으로 만드는 작업을 통해 세계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대회가 만들어졌다. 일단 각 거리별로 총 7개의 테마 표적이 세워져 있다. 10m와 15m, 20m는 제1 표적으로 미국식 수렵문화를 반영했다. 토끼나 사슴, 돼지 등 입체 동물 모형 표적이 들어선다. 제2 표적은 30m에 세워진 직사각형 내 동물그림 표적이다. 헝가리 전통 방식이다. 좌우로 7m를 15초씩 이동해가며 활을 쏜다.

이런 식으로 제3표적은 터키 전통방식, 4표적은 중국 방식, 5표적은 일본방식이 서 있다. 거리는 40m에서부터 표적별로 10m식 늘어난다. 그리고 6표적은 몽골식으로 남자는 75m, 여자는 65m에 목표 과녁이 세워진다. 마지막으로 90m 거리에 한국 방식의 제7표적이 서 있다. 이렇게 7가지 표적을 쏘는 경기에 더해 화살을 멀리 쏘는 '원사'와 정해진 범위 안에 집어넣는 '집중사' 종목이 마지막날 열린다.


◇20일 청주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회 세계민족궁대축전에 참가한 볼리비아 민족궁대표 조지 페라레스가 전통의상을 입은 채 표적을 맞히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생활체육 전국궁도연합
대회에 참가한 각국의 선수단은 민족 전통의상과 활을 들고 나선다. 이들도 스스로의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종종 한국 전통궁을 들고 경기에 나서는 선수가 나온다는 점. 원 사무처장은 "각 나라의 전통궁이 있지만, 우리나라 전통궁의 위력이 성능에 못 미친다. 그래서 대회가 끝나면 반드시 한국 전통궁을 사가지고 가는 선수가 상당히 많다"고 귀띔했다. 또한 세계 각국의 전통 방식으로 대회가 치러지지만, 대부분 한국 선수들이 상위권을 휩쓴다고 한다.


◇20일 청주 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제9회 세계민족궁대축전에 참가한 대전 송천고 국궁시범단 학생들이 단체로 전통활쏘기 시연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생활체육 전국궁도연합
실제로 현장에 따로 마련된 '한국 전통궁 체험' 코너나 국내 전통궁 제작 판매업체의 부스에는 여러 나라 선수와 임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한국은 '세계의 중심'에 서 있었다. 원 사무처장은 "국민생활체육회의 지원과 여러 뜻있는 분들의 도움으로 맨바닥에서 세계 전통궁 문화를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우리 전통활의 우수성을 널리 알렸다는 자부심이 있다"면서 "다만 이렇게 국제적인 대축전이 아직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크다. 앞으로 보다 많은 대중화를 이뤄내는 게 숙원"이라고 밝혔다.


청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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