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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만고 끝에 첫 단추를 무난히 뀄다. 홍명보호가 2012년 런던올림픽을 향해 첫 발을 뗐다.
30℃가 넘는 무더운 날씨였다. 전술적으로 숙제는 남았다. 전반 그라운드도 더위를 먹었다. 공격 호흡이 삐걱거렸다. 대학생 배천석(숭실대)의 원톱 기용은 회심의 카드였다. 그는 1일 오만과의 마지막 평가전(3대1 승)에서 두 골을 터트렸다. 그러나 친선경기와 예선은 차원이 달랐다.
겉돌았다. 한계를 나타냈다. 단조로운 움직임으로 맥을 끊었다. 볼 컨트롤도 기대이하였다. 홍 감독도 칼을 댈 수밖에 없었다. 일찍 수술을 했다. 전반 40분 배천석을 김동섭으로 교체했다. 소속팀 차출 거부로 합류가 무산된 구자철(볼프스부르크) 자리에는 윤빛가람(경남)이 첫 선을 보였다. 그의 칼날도 무뎠다. 잦은 패스 미스와 반박자 느린 타이밍으로 템포를 죽였다. 전진 보다 백패스가 더 많았다.
공격수 단 한 명을 제외하고 10명이 가담한 상대의 밀집 수비에 활로를 뚫지 못했다. 홍 감독은 "집중력이 부족했고, 볼 스피드와 공수전환이 늦었다. 상대에게 쉽게 수비 거리를 허용했다. 공격 나가는 속도도 느렸다"고 분석했다.
다행히 후반 공격 조직력을 재정비했다. 홍 감독은 측면에서 열쇠를 찾았다. 태극전사들도 무리한 드리블보다 반박자 빠르 패스로 물꼬를 텄다. 측면이 활기를 찾자 중앙에도 자연스럽게 공간이 생겼다. 후반 10분 동점골이 출발점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출발해 중앙의 지동원을 거쳐 김태환의 발끝에 걸렸다. 후반 31분 역전골은 문기한(서울)의 중앙 스루패스가 압권이었다. 김태환이 페널티킥을 얻었고, 윤빛가람이 해결했다. 후반 41분 김동섭의 추가골은 세트피스에서 얻은 선물이다.
훈련할 시간이 짧았던 것은 인정한다. 구자철(볼프스부르크)과 김보경(세레소 오사카)의 차출 거부, 조영철(니기타) 서정진(전북) 등의 부상으로 악재가 겹쳤다. 그러나 공격 패턴이 단순했다. 전체적으로 창끝은 날카롭지 않았다. 선수들간의 호흡이 맞지 않아 패싱 타이밍을 잡지 못했다.
수비도 과제를 남겼다. 윤석영(전남) 김영권(오미야) 홍정호(제주) 오재석(강원) 등은 청소년대표 시절부터 발을 맞춰왔다. 늘 문제가 된 것이 불필요한 개인 실수였다. 이날도 홍정호가 무리한 횡패스로 기회를 줬고, 결국 선제골을 허용했다. 횡패스는 자살행위지만 그는 다시 한번 우를 범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홍명보는 열심히 싸웠다. 위기관리 능력도 빛을 발했다. 그러나 조직력 완성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상암=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