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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쉬엄쉬엄 공을 차고 있던 그에게 K-리그와 해외진출은 다른 나라 얘기 같았다. "언젠가는 뛸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거리는 점점 멀어져갔다.
그리고 1년. 기회가 왔다. 2012년 런던올림픽 2차예선을 앞둔 올림픽대표팀의 오만과의 친선 경기. 정강이에 피로 골절 증상이 있어 점프를 하면 안 되는 상황이었지만 죽을 힘을 다했다.
"나도 모르게 높이 뛰었다. 골키퍼 위치 파악하고 높이를 보니 할 수 있겠더라." 다리 때문에 점프도 못하는 선수가 머리로 두 골을 넣었다. 한국의 3대1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맨 오브 더 매치'에 선정됐다. 덕분에 요르단과의 2차예선 명단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동료들을 경쟁상대라기보다 '자극제'로 삼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그는 동료들이 있었기에 가능했기 때문이다. 배천석은 "지동원을 보면서 큰 자극이 됐다. 플레이를 보고 있으면 내가 더 잘해야 겠다는 생각만 든다. 좋은 점은 보고 배우려고 한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시절 자신보다 저평가 받던 한 살 동생 지동원이 한국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한 것을 보고 느낀 게 많았나 보다. 이어 "17세 이하 대표팀에서 함께 뛰었던 윤빛가람 윤석영 오재석 등이 K-리그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다시 마음을 가다 듬었다"고 덧붙였다. 그를 다시 움직이게 한 원동력이 바로 '친구들'이었던 셈이다.
그래서일까. 배천석은 중학교 때 함께 공을 찾던 김영근과 이명주를 챙겼다. 그는 "이번 명단을 발표할 때 '한 명이라도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라고 걱정을 많이 했는데 모두 되서 기분이 정말 좋았다"며 해맑게 웃었다. 친구들과 함게 런던올림픽 본선에 진출하고픈 배천석의 꿈은 파주에서부터 영글어 가고 있었다.
파주=하성룡 기자 jackiec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