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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황경민, '나경복 다음' 아닌 삼성 에이스 "주목받지 못해 아쉬움 있었다"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8-02 15:24 | 최종수정 2020-08-03 07:00


삼성화재 황경민. 사진제공=삼성화재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우리카드에선 언제나 차순위였다. 아쉬운 마음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삼성화재 에이스로서 주목받고, 기대받는 게 기분 좋다."

선수 본인도 예상치 못한 트레이드였다. 지난 시즌 우리카드의 리그 1위를 견인한 프로 3년차의 젊은 레프트. 리시브 3위의 수비력과 퀵오픈-오픈 11위의 만만찮은 공격력을 갖춘 다재다능한 선수. 황경민(24)이 삼성화재에 새 둥지를 틀었다.

삼성화재 고희진 감독(40)은 4대 스포츠 최초의 80년대생 감독이다. 그는 '배구 명가' 삼성의 팀 컬러를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다. 매일밤 스마트폰을 반납하고, 단내나는 반복 훈련을 하던 기존 삼성 대신 젊고 자유로운 팀을 표방했다. '오고 싶은 팀, 뛰고 싶은 팀'이라는 슬로건이 '고희진호'를 상징한다.

박철우를 비롯해 송희채, 류윤식 등 팀을 대표하던 날개 공격수들이 떠났다. 새로운 외국인 선수 바르토즈가 영입됐고, 수비의 중심 리베로도 새 얼굴 이지석이 맡는다. 최고참 박상하와 터줏대감 지태환-고준용, 신예 김형진-정성규 정도를 제외하면 선수 구성이 완전히 바뀌었다.

"정신이 멍했다. 제가 트레이드될 거란 생각은 안 했다. 새 팀이 삼성이라 걱정 많이 했는데, 팀 분위기가 듣던 것과 많이 다르더라. 감독님이 '네가 꼭 필요했다'고 해주셔서 힘이 났다. 감독님을 도와 젊고 활력있는 팀을 만들고 싶다."

황경민은 달라진 삼성의 에이스다. 고희진 감독은 '삼성화재에서 슈퍼스타가 될 선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황경민은 "젊은 분이라 그런지 말이 잘 통한다. 듣는 음악도 우리랑 비슷하다. 훈련 일정 같은 면에서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문화에 익숙한데, 고희진 감독님은 항상 선수들과 상의하면서 맞춰가는 스타일이다. 처음엔 많이 놀랐는데, 이젠 익숙해졌다."

우리카드 시절 황경민의 역할은 공격보다는 수비에 무게를 뒀다. 에이스 나경복을 돕는 선수, 이마저도 한성정과 역할을 나눠야했다. 반면 삼성화재에선 황경민이 가장 중요한 선수다. 황경민은 "절친 한성정과 헤어진 건 아쉽지만, 내겐 기회다. 공격도 수비도 다 잘하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사람들한테 칭찬받고 주목받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다. 대학 때까지 전 언제나 팀의 에이스였는데 아쉬운 마음이 살짝 있었다. 명문팀 삼성에서 내 가치를 인정받은 것 같아 기분좋다. 부담보다는 기대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해야할 일이 많아진 만큼, 배구를 보는 눈도 넓어질 것 같다."


지난 시즌에는 5라운드를 넘어서면서 체력에 약점을 드러냈다. 올시즌에는 충실한 비시즌을 보낸 만큼 그렇지 않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다.

황경민의 등번호는 12번이다. 신인 시절 친형처럼 따르던 외국인 선수 아가메즈의 번호다. 하지만 황경민은 '아가메즈의 번호를 이어받았나'라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런 오해가 퍼져있는데, 사실 12번은 내가 배구 시작할 때부터 대학 때까지 달았던 번호였다. 아가메즈가 떠난 뒤 원래 내 번호로 돌아갔을 뿐이다. 아가메즈가 날 잘 챙겨줬고, 나도 많이 따랐던 건 사실이다. 11살 차이인데, 거의 아버지와 아들 같았다. 지금은 그리스에 있는 것 같던데, 얼마 전에 '삼성화재 갔다며?'라고 영상 편지를 보내왔다."

현재 팀내에서 가장 친한 선수로는 우리카드에서 함께 이적해온 김광국을 꼽았다. 나이로는 9살 차이지만, 워낙 스스럼 없이 형 동생으로 지내는 사이다. 삼성화재의 세터진은 김광국과 김형진의 무한경쟁 체제지만, 코보컵에는 베테랑 김광국이 주전으로 뛸 가능성이 높다.

올시즌 황경민은 정성규와 신장호, 고준용, 이지석 등으로 구성된 리시브 라인을 안정시키는 한편 바르토즈를 도와 공격에도 적극 참여해야한다. 황경민과 정성규는 '신인왕 듀오'이기도 하다. 황경민은 "연습경기 때는 나에게 서브가 안 오더라"며 웃었다. 상대팀이 황경민보다 다른 선수를 공략하는 게 성공률이 높다고 평가한다는 뜻이다. 황경민은 "정성규와 신장호를 보면 지난 2년 동안의 나 자신과 (한)성정을 보는 것 같다. 치열하게 경쟁할수록 팀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며 미소지었다.

마지막으로 올해 목표를 물었다. '무조건 작년보다 잘하는 것'이란 대답이 돌아왔다.

"개인적으로는 작년보다 기록을 더 끌어올리고 싶다. 출전시간이 늘어나는 것 이상으로 발전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팀적으로는 감독님의 비전에 따라 새로운 팀컬러가 잘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돼야한다는 책임감도 느낀다. 팬서비스도 더 적극적으로 할 생각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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