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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의 1 지점을 돈 V리그 남녀부에 '폭탄 돌리기'란 얘기가 나돌고 있다. 각각 13연패와 11연패 중인 '수원 남매' 한국전력과 현대건설의 연패 탈출 희생양이 과연 어느 팀이 되느냐가 배구 팬들의 시즌 초반 최대 관심사다.
가장 먼저 외국인 공격수 부재다. 한국전력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독일 국가대표 사이먼을 뽑았다. 구단 사정에 밝은 배구 관계자들은 "트라이아웃 당시 처음에는 공정배 단장과 김철수 감독의 의견차가 있었다. 결국 단장도 감독을 믿고 사이먼을 뽑는데 동의했다"고 귀띔했다. 사실 뽑기는 잘 뽑았다. 'V리그판 어벤져스' 현대캐피탈도 사이먼을 내심 염두에 두고 있었을 정도였다.
하지만 써보기도 전에 탈이 났다. 사이먼은 자신만의 체력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를 인정할 수 없었다. 외인에게 특혜를 주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이먼은 특별관리가 필요했던 스타일이었다. 이유가 어떻든 결과적으로 관리 실패로 인해 사이먼이란 소위 '괜찮은 공격수'를 잃게 된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대체 외인 공격수도 난국을 타개할 역량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다. 트라이아웃이 끝나면 당연히 팀별로 상위 리스트에 올렸던 선수들은 다른 팀과 계약하기 마련. 각자 살길을 찾아 갔다.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하지만 한국전력은 대체 자원 선발 과정에서도 헛발질을 한 모양새다. 당시 펠리페, 바로티, 아텀이 시장에 나와 있었는데 펠리페와 바로티 대신 아텀을 택했다. 펠리페와 바로티는 이미 한국전력에서 뛴 경험이 있어 새로운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논리를 세울 수 있었겠지만, 아텀은 들어오자마자 복근 부상으로 전력에 보탬이 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코트에 복귀한 뒤에도 국내 선수들보다 나은 기량을 보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외국인 공격수의 공격력이 전력의 절대 요소로 평가받는 V리그에서 외인 부진은 팀 분위기를 더 좋지 않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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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도 센터 부재는 심각하다. 최석기 이재목 조근호가 센터 포지션에 포진해 있는데 팀 블로킹과 속공 부문에서 꼴찌에 처져있다. 세터 이호건도 기본 토스마저 불안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공격수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난맥상의 결과인 기록은 그야말로 처참하다. 현대건설은 11경기 동안 따낸 세트가 4세트에 불과하다. 세트득실률(득세트/실세트)은 0.121. 역대 최저 세트득실률(0.343)을 기록한 2006~2007시즌 KT&G(현 KGC인삼공사)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그나마 현대건설은 연패 탈출의 실낱 같은 희망이 있다. 5일 KGC인삼공사와 충돌한다. 인삼공사는 주포 알레나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빠져있다. 현대건설이 반전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반면, 한국전력은 반등이 쉽지 않아 보인다. 남자부, 특히 배구는 기존 전력을 뒤집는다는 것이 쉽지 않은 종목이다. 무엇보다 상대 팀들은 가면 갈수록 전력이 안정되고 있다. 한국전력은 전신인 KEPCO 시절이었던 2012~2013시즌 무려 25연패를 당한 바 있다.
성적이 바닥을 치니 흥행 역시 역주행 중이다. 성적부진은 관중수 감소로 이어질 수박에 없다. 1라운드를 기준으로 여자부 평균관중은 2355명이었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평균관중은 1549명이다. 한국전력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남자부 1라운드 평균관중은 2211명이었지만 한국전력 평균관중은 1900명이었다.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스포츠2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