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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천안 유관순체육관 사무실에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신지원씨)와 딸이 찾아왔다. 손에는 봉투가 들려있었다. 이 할머니는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한국전력과의 경기를 앞두고 있던 최 감독이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자 할머니는 그제서야 환한 웃음을 보이며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바로 20년간 최 감독을 열렬하게 응원한 팬이었다. 할머니는 대뜸 최 감독에게 봉투를 건네며 좋은 일에 써달라고 부탁했다. 올해 90세가 된 할머니는 "사실 소방서 등 어디든 기부하려고 하다 최 감독님이면 믿고 맡길 수 있겠다고 생각돼 이렇게 찾아왔다"고 전했다. 이어 "최 감독님께서 1년에 사재까지 출연해 유소년 배구 선수들에게 장학금을 주는데 팬으로서 나도 돕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할머니는 기부를 위해 경기도 부근에서 천안까지 차를 몰고 왔다는 것이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 감독은 "오랫동안 응원해주신 것만 해도 너무나 감사한 일인데 이런 뜻 깊은 기부까지 해주셔서 깜짝 놀랐다"며 "할머님께서 기부해주신 금액은 구단과 함께 어린 배구 꿈나무들을 돕는데 소중히 사용하겠다"고 전했다.
구단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구단은 신씨와 가족들에게 홈·어웨이 VIP석 평생 무료입장권과 현대캐피탈의 홈 경기장인 '천안 유관순체육관'에 지정석을 마련해 제공할 계획이다. 또 홈 경기장에 '드리밍즈'라는 공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배구 발전을 위한 기부를 기리는 공간이다. 기부자를 기념하는 패널도 제작해 설치한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