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배구협회,정관에도 없는 전무이사-상임이사회 '논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7-08-09 22:46



대한민국배구협회가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 권고사항을 무시하고 정관 개정 없이 전무이사-상임이사회를 계속해서 유지·운영하고 있어 논란이다.

9일 배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26일 오한남 회장 취임 이후 새로 꾸려진 이사들이 상임이사회를 두 차례나 열었다"고 제보했다. 실제 협회는 지난 3일과 6일 서울 잠실 종합체육관 내 배구회관 회의실에서 상임이사회를 열었다. 협회 정관의 제4장 이사회 부문에는 '상임이사회'라는 단어가 보이지 않는다.

상임이사회는 상위단체인 대한체육회에서 지양하는 사항이다. 소수 인원의 의견으로 안건이 의결될 경우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최소 15명부터 최대 29명까지 선임된 이사들이 모인 이사회(총회)를 제대로 열어 안건을 가결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사실 지난해 2월 협회는 생활체육배구연합회와 통합했을 때 상임이사회가 긴급 안건을 의결할 수 있도록 정관을 개정, 대한체육회의 승인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다시 개정된 정관에는 상임이사회에 대한 내용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 없다. 정관에 없는 상임이사회에서 의결된 안건은 법적으로 무효라는 것이 법리적 해석이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상임이사회가 반드시 필요하다면 정관을 개정한 후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정관에 없는 상임이사회 결정은 법적 효력이 없다. 이로 인해 시비가 붙거나 이에 대한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종목단체가 이길 근거가 없다"고 확인했다.


전무이사라는 직위도 대한체육회에서 비효율성을 이유로 지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와 같이 전무이사가 상근직일 경우는 예외다. 대부분의 스포츠단체 전무이사는 비상근직이다. 한데 대부분의 사무국을 관장하는 권한이 비상근 전무이사에게 쏠려있다 보니 행정처리가 효율적이지 못했다. 또 사무국장과 업무가 충돌되다 보니 '껍데기' 전무이사들이 늘어났다. 실무진인 사무국장, 사무처장에게 실질적 권한을 부여한 대한체육회의 권고는 이를 방지하기 위함이었다.

배구협회 정관에도 전무이사라는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제14조(이사회의 구성 및 기능) 1항에는 '협회의 이사회는 협회의 장, 부회장 및 이사로 구성한다'로 명시돼 있다. 그런데 오 회장은 류중탁 명지대 감독을 전무이사로 낙점했고 보도자료까지 작성해 공표했다.

대한민국농구협회(KBA)만 살펴봐도 대한체육회의 논리를 따르고 있다. KBA에도 2016년까지 전무이사가 존재했다. 김동욱 전무이사 겸 상근부회장이 있었다. 그러나 올해 2월부터 전무이사직을 떼고 부회장직만 맡고 있다. 김 부회장은 "대한체육회에서 권고를 한게 맞다. 강제조항은 아니지만 실제 지금도 굳이 전무이사가 필요없기 때문에 채용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배구협회도 전무이사를 없애고 실무부회장을 선임하려 했을 때가 있었다. 지난해 12월 취임했던 서병문 회장 시절 김찬호 경희대 감독이 실무부회장을 맡으려다 구설수에 휘말리며 결국 전무이사 폐지는 유아무야 됐다.


그런데 더 심각한건 지난달 26일 꾸려진 일명 '오한남 사단'의 대한체육회 인준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오한남 대한민국배구협회장이 취임한 뒤 19명의 신임이사가 구성됐다. 그런데 보름이 지난 현재 협회는 이사진 인준 신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박범창 협회 사무국장은 "이사들을 등기이사로 올려야 하는데 관련서류를 모두 취합하지 못해 대한체육회에 인준을 신청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배구협회를 바라보는 대한체육회의 시선이다. 감지되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꾸준한 권고에도 불구, 버젓이 전무이사를 두고 상임이사회를 열고 있는 배구협회 이사진을 인준해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이를 감지한 배구협회는 지난 3일 상임이사회에서 이선구 전 GS칼텍스 감독을 실무부회장으로 선임해 뿔이 난 대한체육회 진화에 나선 모양새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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