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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리그 판도가 확연히 달라졌다.
하지만 그림자도 있었다.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구단들의 외국인선수 영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적료가 급등했다. 외국인선수 이적료가 100만 달러(약11억4000만원)를 돌파했다.
최고의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량은 좋은 볼거리였다. 이들의 활약과 함께 V리그의 인기도 높아졌다. 그러나 부작용도 있었다. 외국인선수에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전술이 획일화됐다. 국내선수들의 활용도도 단순해졌다. 단순히 외국인선수에게 공을 몰아주는 '몰빵 배구'가 V리그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우려가 있었다. 지난 시즌 외국인선수들에 비해 기량이 낮았다. 일각에선 기대치가 높아졌는데 트라이아웃 시행으로 팬들에게 실망감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흘러나왔다. 당시 한 사령탑이 "전혀 준비가 안 된 선수들도 트라이아웃에 나왔다"고 했을 정도. 하지만 KOVO는 흔들리지 않았다.
10월 15일 막을 올린 V리그도 어느덧 1라운드를 마쳤다. 분명 지난 시즌보다 화려하진 않다. 하지만 '긍정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기존 강팀과 약팀 간 전력차가 현격하게 줄었다. 풀세트까지 가는 혈투도 많이 연출된다. 누가 이길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한 가지 더.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낮아졌다. 동시에 국내선수들의 활약이 조명되고 있다. 감독들의 전술도 다양해지고 있다. 여기에 구단의 살림도 나아졌다. 외국인선수를 두고 다투는 과잉 출혈경쟁이 사라졌다. KOVO 관계자는 "시몬 정도의 선수를 100만 달러 주고 영입했다. 그런데 한국을 떠나 브라질 리그로 가면서 시몬은 50~60만 달러를 받은 것으로 안다"며 "부끄러운 일이지만 한국 무대는 그 동안 시장가치보다 더 많은 돈을 주는 무대로 통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 시즌에는 온통 외국인선수에만 주목이 쏠렸다. 그러나 이제는 국내선수들도 관심을 받기 시작했고,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낮아지니 활약을 펼치는 국내선수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며 "경기에서 보여지는 전술도 전보다 훨씬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한국에서 뛰다가 트라이아웃 도입으로 해외로 나갔던 일부 선수들이 벌써 내년 트라이아웃에 참가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다"며 "앞으로 더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들을 거품 빠진 가격으로 데려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정택 기자 lim1st@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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