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외인 KOVO컵 못 뛴다, 배구협회 비상식이 부른 파행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6-09-20 12:53



대한민국배구협회의 비상식적인 행정으로 2016년 프로배구 컵 대회가 파행을 맞을 전망이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22일부터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컵 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주목할 점은 사상 첫 외국인선수 출전이다. 최초 프로배구 남자부 트라이아웃을 통해 뽑힌 외국인 선수들이 최초로 컵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2005년 태동한 프로배구 컵 대회에는 그 동안 국내 선수만 출전이 가능했다. 통상 대회가 7월에 열렸기 때문에 외국인선수의 국제이적동의서(ITC) 발급 기간이 맞지 않았다. 그러나 올해 개최 시기가 조정됐다. 2016년 리우올림픽이 열리면서 대회가 9월로 조정됐다. 8월 1일부터 각 팀에 합류해 한국배구에 적응해가고 있는 외국인선수들의 출전이 가능했다. 특히 10월 15일 막이 오르는 2016~2017시즌 V리그의 모의고사의 성격을 띄어 팬들의 관심을 더 높였다.

하지만 외인 출전은 무산됐다. 배구협회의 억지와 비상식적인 행정 때문이었다.

협회는 추석 연휴가 시작되던 지난 13일 이메일을 통해 KOVO와 각 프로 구단에 뜬금없이 선수 등록 관련 공문을 발송했다. 당시 전화 한 통 없이 단순히 이메일만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KOVO에서 하던 업무를 협회에서 이양해 하겠다는 모습이었다.

KOVO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협회에서 요구하는 선수 등록이 이뤄지지 않으면 컵 대회 파행은 물론 외국인 선수도 뛰지 못하게 될 가능성이 높았다. 선수로 뛰기 위해서는 대한체육회에 등록을 해야 한다. 이는 개인적으로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30분 이상이 소요된다. 외국인 선수의 경우 FIVB의 심사까지 받아야 하기에 등록 기간은 더욱 오래 걸린다. 그래서 조율을 시도했다. KOVO의 입장은 이랬다. "선수 등록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하겠다. 다만, 대회 전까지 등록할 수 있는 시간이 촉박하니 외국인선수의 ITC 발급에 한해서는 등록을 먼저 허용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협회는 단호하게 손을 저었다. 협회는 20일 오전까지 팀(선수, 지원스태프, 프런트) 등록을 마쳐야 외국인선수의 ITC 발급이 가능하다며 원칙만 고수했다. 팀 등록과 외국인선수 등록을 충분히 별개로 진행해도 되는 부분이지만 등록 순위를 둔다는 자체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정이다. 마치 협회가 외국인선수 출전 여부를 두고 국내 선수들을 볼모로 잡은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대회를 불과 이틀 앞두고 발생한 협회의 억지 주장에 대회는 반쪽 짜리 대회로 전락할 것으로 보인다. 협회의 횡포에 합의점을 찾지 못한 KOVO와 각 구단은 결국 컵 대회에 외국인 선수를 뛰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또한 앞으로는 아예 프로리그에 외국인 선수 제도를 없애는 방안도 강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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