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북' 대한항공 반전 우승 뒤 '당근과 채찍' 있었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4-07-27 18:24


대한항공의 2014년 안산·우리카드컵 프로배구대회에서 우리카드를 3대0(25-22, 25-19, 25-22)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2007년과 2011년에 이어 통산 세번째 우승이었다.

아무도 예상치못한 우승이었다. 대한항공은 시즌을 앞두고 전력 누수가 심했다. 특히 센터진이 문제였다. 진상헌은 입대했다. 신경수 역시 은퇴했다. 주포 신영수는 부상에서 갓 회복한 상태였다. 몸이 정상이 아니었다. 곽승석 역시 대표팀을 오가며 피로가 쌓인 상황이었다. 여기에 세터 한선수와 공격수 김학민은 입대로 팀을 떠난 상태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가졌던 프로팀들과의 경기에서도 대한항공은 단 한번도 이기지 못했다. 대학팀들과의 연습경기에서도 고전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마음을 비우고 "정말 1승이 목표다"고 말할 정도였다.

반전의 뒤에는 당근과 채찍이 있었다.

당근은 달콤한 심리치료였다. 대한항공은 1월부터 선수단에 심리치료를 도입했다. 매주 월요일 선수단이 모였다. 심리치료라고 해서 거창한 것은 아니었다. 심리치료를 원하는 선수 개인이나 그룹이 모여 상담을 받는 것이다. 레크리에이션을 하기도 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심리치료를 통해 선수단은 자신감을 되찾았다. 컵대회 MVP를 차지한 신영수도 "심리 치료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반면 채찍은 '선착순'이었다. 연습경기에서 대한항공이 승리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체력 훈련의 여파가 컸기 때문이었다. 김 감독은 시즌의 성패를 좌우할 열쇠로 '체력'을 꼽았다. 여름 내내 체력 훈련에 힘을 쏟았다. 매일 웨이트 트레이닝만 1시간 반씩 했다. 인터벌로 하는 러닝도 40분씩 가졌다. 연습경기에서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것도 사실 체력 훈련의 여파 때문이었다.

김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잠시 눈감아줄법도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은 단호했다. 연습경기에서 지고 나면 '선착순'을 지시했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체육관에서 인근 신갈저수지까지 찍고 오게 했다. 선착순 안에 들지 못하면 다시 뛰어야 했다. 선수들의 집중력과 체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땀흘린 대가를 컵대회에서 느꼈을 것이다. 이번 대회 끝나고 휴가를 준 후 돌아오면 다시 훈련을 강하게 시킬 것"이라며 다시 한 번 '채찍'을 들 것을 예고했다.
안산=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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