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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광주 내 초등학교 중 유일하게 배구부가 있는 문정초에서 당시 장신의 고준용(25·삼성화재)을 스카우트했다.
그래도 주위의 좋은 선배 덕을 봤다. '돌도사' 석진욱(현 러시앤캐시 코치)과 여오현(현대캐피탈)이었다. 고준용은 "삼성화재에 입단하면서 공격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서브 리시브 등 수비 훈련에 몰두했다"고 했다. 이어 "진욱 선배께서 '훈련이 많이 힘들어도 극복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현 선배는 '리시브 때 상체가 움직이면 안된다. 하체로 받쳐서 전달해야 한다'고 기술적인 조언을 건넸다"고 덧붙였다.
고준용의 팀 내 입지는 프로 3년차가 된 올시즌 달라졌다. 석진욱이 은퇴를 했고, 여오현이 둥지를 옮겼다. 안정된 서브 리시브를 할 자원이 필요했다. 운좋게 주전멤버로 도약했다. 그는 "처음에는 (풀타임 출전이) 부담스러웠다. 그 때마다 감독님께서 부담을 훈련으로 극복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컨디션이 좋을 때도, 나쁠 때도 항상 훈련만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야간 훈련은 거의 빠지지 않았단다. 그는 "야간 운동은 자율훈련이다. 거의 매일 나가다시피 했다. 리베로 이강주와 함께 서브 리시브 훈련에 집중했다"고 했다.
의기소침한 시간도 있었다. 주전 경쟁에서 잠시 밀려났다. 3라운드를 마친 뒤 대한항공 레프트 류윤식이 영입됐다. 고준용은 "윤식이가 영입된 이후 첫 경기에서 너무 잘해 밖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내 마음은 불안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이 편해졌다. 고준용은 "윤식이가 흔들릴 때 내가 들어가 잘했다. 내가 부진할 때는 윤식이가 투입돼 분위기를 바꾸었다. 이 때부터 마음이 편해졌다"고 했다.
한껏 향상된 자신감은 9일 현대캐피탈전에서 발휘됐다. 정규리그 우승을 결정짓는 경기였다. 고준용은 "나 때문에 경기를 졌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전날 이를 악물었다. 마인드 컨트롤을 많이 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고준용은 4득점 밖에 기록하지 못했지만, 안정된 서브 리시브로 삼성화재가 세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하는데 큰 힘을 보탰다. "'내가 뛰어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던 고준용의 의지가 코트에서 잘 드러났다.
참 많은 것을 배운 이번 시즌이었다. 가장 큰 소득은 '우승의 神' 신치용 삼성화재 감독의 쓴소리에 대한 대처법이다. 고준용은 "감독님께 혼나기도 많이 혼났다. 처음에는 충격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감독님께서 잘되라고 하시는 마음인 줄 잘안다. 감독님의 쓴소리를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한다"고 웃었다.
김진회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