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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박준범, 팀 위해 자존심 버렸다

이건 기자

기사입력 2011-11-20 14:07


공격하고 있는 박준범. 스포츠조선 DB

올 시즌 V-리그 시작을 앞두고 신춘삼 KEPCO 감독은 조용히 박준범을 불렀다. 시즌 구상을 설명하면서 박준범에게 어려운 부탁을 하나 했다. 올 시즌은 공격수가 아닌 센터로도 서야한다고 했다.

공격수는 배구의 꽃이다. 리시브와 토스 등 모든 것이 공격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올라오는 공에 타이밍을 맞추어 점프를 하고, 강하게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보는 사람의 속을 후련하게 해준다. 완벽한 박자의 리시브, 토스, 스파이크는 하나의 예술과도 같다. 반면 센터는 궂은 일 전문이다. 상대 공격수의 스파이크를 막아야 한다. 블로킹 득점이 안된다면 최소한 굴절시켜서 수비수가 잘 받을 수 있게끔 해주어야 한다. 속공도 필수요소다. 후위로 빠지게 되면 언제나 리베로와 교체된다. 철저한 조연이다.

박준범은 화려한 스타 공격수였다. 호쾌한 스파이크로 득점 5위, 공격종합 8위에 올랐다. 2010~2011시즌 신인왕을 거머쥐었다. 팀의 중심 공격수였다. 이런 박준범에게 센터 전환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신 감독으로서는 어쩔 수 없었다. 원조 괴물 안젤코가 들어왔다. 대학 최고의 공격수 가운데 하나인 서재덕도 영입했다. 공격수에는 박준범이 설 자리가 넓지 않았다. 신 감독은 박준범의 능력에 주목했다. 장신(1m98)인데다가 점프력과 스피드가 좋다.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때까지 센터로 뛰었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박준범은 신 감독의 주문에 따랐다. 자신보다는 팀이 우선이었다. 팀의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긍정적으로 임했다. 센터 훈련에 매진했다. 팀 선배인 방신봉 하경민에게 블로킹의 비법을 전수받았다. 전담 센터로 나선 것은 아니었다. 공격수와 센터를 오갔다. 원포인트 센터였다. 효과는 대단했다. 16일 현대캐피탈 원정경기에서 박준범은 승부처였던 5세트 말미 센터로 기용됐다. 18-18 듀스 상황에서 박준범은 문성민의 스파이크를 블로킹해냈다. KEPCO는 20-18로 3대2 승리를 거두었다. 박준범의 활약에 KEPCO는 상위권에 올라있다.

센터 박준범은 올 시즌 목표를 하나 세웠다. 바로 속공이었다. 공격력을 갖춘 센터인만큼 속공에서는 1위에 오르겠다는 의지를 표현했다. 물론 전업센터가 아니기에 쉽지는 않다. 하지만 센터로 변신한 자신의 상황을 잘 이해하고 거기에 맞게 최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기에는 충분했다.
이 건 기자 bbada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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