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박경낭, 떠나보니 배구가 고팠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1-11-17 20:53


여자배구 IBK기업은행 박경낭(오른쪽)이 스파이크를 때리고 있다. 스포츠조선DB

2년 전 박경낭(27·IBK기업은행)은 시즌 개막 1주일을 앞두고 홀연 은퇴했다. 여자배구판은 그의 선택에 술렁거렸다. 2002년 슈퍼리그 신인왕인 박경낭은 빼어난 외모로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1위를 했던 선수다. 국가대표 경력도 있다. 그랬던 그가 FA(자유계약선수로)로 현대건설로 이적한 후 1년 만에 은퇴한 것은 충격이었다. 그의 나이 25세였다. 당시 박경낭은 골반뼈 부상으로 지쳐 있었다. 또 황현주 현대건설 감독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않았다. 미련이 남았지만 박경낭은 프로배구판을 홀연 떠났다. 1년 이상 쉬었다. 실업자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른 나이에 은퇴한 여자배구 선수를 반기는 곳은 별로 없었다. 아팠던 부위를 치료했다. 여행을 하면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그리고 고향 진주에서 꿈나무들을 가르쳤다. 배구 동호회 활동도 했다.

그의 마음 속에 배구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었다. 신생팀 IBK기업은행이 생긴다는 소식에 귀가 솔깃했다. 내심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이 불러주길 기대했다. 전화가 걸려왔고 반신반의했지만 합류했다. 그게 지난 1월이었다. 박경랑은 배구에 목말라 있었다.

박경랑은 요즘 신생팀 기업은행의 살림꾼이다. 기업은행은 김희진(20) 박정아(18) 같은 젊은 국가대표들이 중심이다. 그 뒤를 박경랑과 이효희(31) 같은 베테랑들이 든든히 받치고 있다. 박경랑은 17일 인천 도원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11~2012시즌 NH농협 여자배구 2라운드 흥국생명전에서 16득점으로 팀 승리를 도왔다. 용병 알레시아(36득점)에 이어 팀내 두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박경랑은 노장이지만 때리기 힘든 볼을 도맡다시피 처리했다. 또 주전 세터 이효희 다음으로 많은 볼을 토스하는 보조 세터다. 이정철 기업은행 감독은 이날 최고의 수훈 선수로 박경랑을 꼽았다.

박경낭은 "앞으로 몇 살까지 선수로 뛸 지는 모르겠다"면서 "요즘은 돌아온 것에 만족한다. 단 배구실력이 예전 같지 않을 때는 왜 돌아왔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기업은행(3승3패)은 흥국생명(2승4패)을 상대로 3대1(19-25, 25-17, 29-27, 27-25) 역전승했다. 인천=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프로배구 전적(17일)

IBK기업은행(3승3패) 3-1 흥국생명(2승4패)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