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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60)은 16일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뿌듯해했다. 국제배구연맹에서 제작한 월드 그랑프리 예선 3주차 책자를 본 뒤였다. 한국의 간판선수로 김연경(23·터키 페네르바체)이 소개돼 있었다. 평가는 놀라웠다. '100년 만에 나올 법한 선수다'라는 문구가 실려 있었다.
코트 밖에선 분위기메이커다. 특유의 털털한 성격으로 대표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만든다. 19일 저녁식사 시간에는 무엇에 흥이 났는지 동갑내기 이보람(도로공사)과 함께 노래 화음을 맞췄다. 이 모습을 본 선수들은 입가에 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홍성근과 신만근 코치가 "예쁘다"보다 "잘생겼다"라고 농담을 던질 때도 항상 웃으며 받아준다. '애어른'이란 단어가 어울리는 김연경이다.
코트 안에서는 180도 변신한다. '동물의 왕' 사자같다. 1m93의 큰 키에서 내리꽂는 스파이크는 마치 남자 선수의 파괴력을 느끼게 한다. 단점은 철저한 분석을 통해 고치려고 노력한다. 매년 기량이 발전하는 비결은 일본 배구를 배운 덕분이다. 철저하게 분업화되고 기본기를 중시하는 김연경에게 일본 배구는 충격이었다. 리시브부터 토스까지 2년간 일본에서 다시 배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게 된 이유도 여기있다.
경기가 끝난 뒤 김연경은 겸손했다. 양팀 통틀어 최다인 31득점을 올렸지만 혼자 이룬 결과가 아니라고 고개를 숙였다. 김연경은 "이날 승리는 화합된 모습을 보여준 결과였던 것 같다. 나 혼자 승리를 책임진 것이 아니다. 황연주와 한송이가 터져 나도 잘 할 수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