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프리? 亞선수권?' 웃지못할 갈림길에 선 女배구팀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08-18 08:59 | 최종수정 2011-08-18 10:15


'월드 그랑프리 결선리그냐. 아시아선수권이냐.'

한국 여자배구대표팀이 웃지 못할 갈림길에 섰다. 행복했던 고민이 진짜 고민으로 변했다.

상황은 이렇다. 현재 한국은 월드 그랑프리 조별리그에서 7위(4승2패·승점 11)에 올라있다. 지난주 폴란드에서 벌어졌던 그랑프리 예선 2주차에서 3연승으로 단숨에 8개팀이 겨루는 결선리그 진출에 바짝 다가섰다. 남은 러시아전(19일), 일본전(20일), 세르비아전(21일)에서 1승만 거둬도 결선리그 진출을 바라볼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10위 중국(3승3패·승점 8)과의 접전이 예상된다. 중국은 약체 카자흐스탄(6패·승점 1), 도미니카 공화국((1승5패·승점 3)과 같은 조에 속해 있다. 그러나 한국은 한국만의 플레이로 반드시 마카오(결선리그 개최국)행 티켓을 따내겠다는 각오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모여 파이팅을 외칠 때도 '마카오, 고(go)!'라는 구호를 사용할 정도로 의지가 강하다.

하지만 그랑프리에만 온 힘을 쏟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랑프리를 마치고 곧바로 아시아선수권(9월 15~23일)에 참가해야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선수권은 2012년 런던올림픽 진출 여부가 달린 아시아지역 예선전 티켓이 걸려있다. 일본은 자동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한국은 반드시 아시아선수권에서 상위권에 포함돼야 한다. 월드컵(11월 4~18일) 때도 한팀이 예선전 티켓을 거머쥘 수 있지만 한국은 아시아선수권에서 승부를 볼 공산이다. 따라서 친선전 성격이 짙은 그랑프리보다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그랑프리도 중도 포기가 가능한 상황은 아니다. 한국은 역대 그랑프리 최고성적(1997년 3위)을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이 부상 선수지만, 정신력으로 똘똘뭉쳐 있다. 사기는 하늘을 찌른다. 대표팀 분위기는 항상 밝고 화기애애하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그러나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60)은 두마리 토끼를 잡을 기세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감독은 "그랑프리를 통해 한국 배구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사실 나의 초점은 아시아선수권에 맞춰져 있다"며 "다만 아픈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 걱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든 경기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일본에서도 반드시 일내겠다"며 승리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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