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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실 감독, 女배구대표팀 맡고 깜짝 놀란 사연

김진회 기자

기사입력 2011-08-17 15:25


김형실 여자배구대표팀 감독. 스포츠조선DB

김형실 감독(60)은 여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지난 5월 6년 만에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대한배구협회 이사로 활동해 현장감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세계 배구계의 흐름에는 누구보다 정통했다.

그런데 김 감독이 미처 파악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자연스런 세월의 흐름 속에서 변화된 선수들의 높은 의식 수준이었다.

김 감독이 깜짝 놀란 사연이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소집된 뒤 새벽훈련을 권유했다. 국내 리그가 막 종료된 상태라 시즌 내내 온몸을 불사른 선수들의 몸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그랑프리 대회를 위해선 하루 빨리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 올려야 했다. 새벽훈련은 그 일환이었다. 김 감독은 한 선수에게 당황스런 질문을 받았다. "새벽훈련은 왜 해야 하는거죠?" 과거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질문이었다. 감독의 말은 곧 하늘이자 법이었다. 코칭스태프-선수간 구조는 수직적이었다. 명령은 곧바로 행동으로 옮겨야 했다.

그러나 요즘 대표팀의 분위기는 천양지차다. 선수들이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코칭스태프에 제안한다. 수직적 구조가 아닌 수평적 구조다.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들의 의사를 적극 존중한다. 애로사항에 귀를 기울인다.

김 감독은 대표팀 분위기가 변한 것은 프로의식 향상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2005년부터 프로배구가 출범한 뒤 선수들의 의식도 프로답게 변하고 있다. 자기관리부터 훈련, 생활 등 모든 부분에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한다. 프로의식이 투철해진 선수들에게 나부터도 많이 변화된 자세로 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감독은 애교섞인 투정도 부렸다. 그는 "프로선수들이다보니 효과가 없는 훈련은 절대 시키지 못한다. 새벽훈련을 같이 하자고 할 때도 '아침 식욕을 돋굴 수 있다'는 말로 선수들을 설득시켰다"며 크게 웃었다.

이에 김연경(페네르바체)은 "높아진 프로의식 수준이 대표팀에 도움이 많이 된다. 자기 몸은 자기가 잘 안다. 좀 쉬어야 할 것 같으면 감독님과 상의한다. 반면 할 때는 적극적으로 한다. 스스로 하다보니 오히려 더 잘되는 것 같다"고 했다.

도쿄=김진회 기자 manu35@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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