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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벌이 방해해도 소용 없다. 세계최강 한국 양궁의 김제덕(20·예천군청)이 손등에 벌을 앉혀놓고도 10점을 맞혀 화제다. 상대팀 중국은 벌의 활약을 기대했겠지만 소용 없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1세트 무승부 후 2세트를 따내 세트스코어 3-1로 앞섰다. 3세트에서 마지막 두 발을 남기고 36-53으로 따라붙었다. 18점이 필요했다.
김제덕이 사선에 섰다. 김제덕은 잔뜩 시위를 당겨 조준에 돌입했다.
갑자기 벌이 날아들었다. 극도로 미세한 흔들림이라도 과녁에서는 엄청난 차이를 유발할 수 있다. 김제덕이 아무리 도쿄올림픽 2관왕 출신이라지만 벌의 난입은 치명적인 방해 요소다. 반면 중국 입장에서는 승리의 여신이라도 찾아온 듯한 호재가 될 수 있다.
벌은 오른손등에 앉았다가 조준점 사이를 날아다니더니 김제덕의 얼굴도 쓰다듬었다. 이는 방송 중계 화면에도 그대로 담겼다.
하지만 김제덕은 초인적인 집중력을 유지했다. 마치 벌 따위는 애초에 없다는 듯 심박수가 느긋하게 유지됐다. 김제덕은 분당 심박수 80bpm대를 벗어나지 않으며 과녁을 침착하게 응시했다. 김제덕이 쏜 화살은 10점에 꽂혔다. 이후 김우진도 10점을 꽂아 한국은 결승에 진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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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덕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사선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벌이 있었다. 쫓아낸 다음에 섰는데 벌이 따라왔다. 입술에 뽀뽀를 했다고 해야 하나, 입술에 붙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서 그는 "'올림픽이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내릴 수가 없다. 안 쏠 수가 없다'는 마음이 컸다. 어떻게든 잡아서 10점을 쏘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제덕이 만약 8점이라도 쐈으면 김우진은 10점을 꼭 쏴야 했다. 부담감이 발생하면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 김제덕은 "그 한 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었다. 피해를 끼치기 싫어서 끝까지 잡고 쐈다. 10점을 넣을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믿음을 가지고 쐈던 10점이 저한테는 좋은 감각이 나왔던 것 같다"고 했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