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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조용히 해주세요~!"
'아뿔싸!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용히 말하려고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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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천만다행(?)으로 심판의 이 말은 기자에 대한 경고가 아니었다. "조용히 해주세요"는 골볼에서 '인 플레이(in play)'를 선언하는 일반적인 콜이다. 국제대회에서는 '비 콰이어트(be quiet)'라고 한다. 김순재 대한장애인골볼협회 사무국장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경기 시작을 알리는 소리에요. 상대의 공격을 공에서 나는 소리에만 의지해 막아야 하기 때문에 경기장 내의 소음을 자제해달라는 사인이죠."
지난 17일부터 '한국골볼의 성지'격인 고덕사회체육센터에서 '2022 골볼리그전'이 막을 올렸다. 골볼은 '시각장애인 고유 스포츠' 또는 '감각장애 스포츠의 꽃'으로 불린다. 한 팀은 3명의 선수로 구성되는데, 장애정도에 상관없이 모두 눈을 아이패치와 불투명 고글, 또는 안대로 완전히 가린다. 시각을 완전히 차단한 상황에서 8개의 구멍이 뚫려 있는 1.25㎏의 골볼을 가지고 공수를 주고 받는다. 공 속에 들어있는 방울소리에만 의존하여 방향 및 속도를 파악해 공을 막거나 상대 골대에 공을 넣는 패럴림픽 정식종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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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과 충청남도 2개 팀만이 참가한 여자부는 더블 라운드로빈 방식으로 3라운드를 거친 후, 최종 승점으로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남자부는 싱글 라운드로빈 방식의 3라운드 진행 후, 성적을 합산하여 3위와 2위가 맞붙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결승전에서 최종 우승자를 뽑는다. 여자부 2팀에는 지난 7월 바레인에서 열린 아시아퍼시픽대회에서 사상 최초로 우승하며 16년 만에 세계선수권 무대 진출의 성과를 이룬 대표팀 선수들이 골고루 포진돼 있다. 남자부 역시 국가대표들이 포진된 전라남도 팀과 충청남도 팀이 우승 후보다.
실제로 눈앞에서 본 골볼 경기는 조용하면서도 격렬했다. 시각을 완전히 차단한 선수들은 그라운드에 주저앉은 채 상대의 공격을 기다렸다.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공이 통통 튀면서, 혹은 강한 회전을 지닌 채 굴러왔다. 신기하게도 공의 방향을 놓치지 않고 몸을 던져 막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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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재 골볼협회 사무국장은 "아무래도 경기장 문제가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리그가 잘 되려면 팀도 지금보다 더 많아지고, 지방팀들의 홈에서도 경기를 치를 수 있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앞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선적으로 골볼에 대해 스포츠팬들이 더 많이 알고, 관심을 가져주셔야 할 것 같다"고 호소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