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눈물의 '우생순', 팔목 돌아가도 뛰려했다

전영지 기자

기사입력 2012-08-10 08:46


◇노르웨이와의 준결승전 직후 기자회견에 나선 강재원 여자핸드볼대표팀 감독과 골키퍼 주희.

선수들은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정말 꺾고 싶었던 노르웨이였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선수가 없었다. 그런 제자들에게 스승은 말했다.

"울거나 찡그리는 사람은 비행기 태워 보내버린다." 라커룸에서 눈물을 쏟아내는 제자들을 향해 강재원 여자핸드볼 대표팀 감독은 엄포를 놓았다.

여자 핸드볼대표팀이 10일 새벽 런던올림픽 준결승에서 노르웨이에 또 분패했다. 25대31, 4년전 베이징의 악몽이 다시 재연됐다. 지난 1일 예선 B조 3차전에선 27대27로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지난 2008년 베이징올림픽 준결승전에서는 판정논란 끝에 패했었다. 4년전 아픈 기억을 짜릿한 승리로 씻어내기 위해 사력을 다해 뛰었다. 하지만 김온아 정유라 심해인 등 부상 선수가 속출한 가운데 백업도 없이 특유의 체력과 빠른 공격을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벤치에서 김온아가 눈물을 펑펑 쏟았다. 기자회견에 나선 골키퍼 주희 역시 눈가가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강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너무 순진하고 수줍고 착하다. 외국애들은 져도 웃고 다닌다. 우리 아이들은 너무 억압되고 어려서부터 그렇게 교육을 받아 자유롭게 하질 못한다. 져도 빨리 잊어먹고 재정비하면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울고 그럴 필요 없다. 1게임 더 남지 않았느냐, 올림픽에서 3위와 4위는 정말 다르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면 된다"며 제자들을 다독였다.

가뜩이나 엷은 선수층에 심해인까지 팔목이 돌아가는 부상을 입었다. "벤치에서 수비는 할 수 있다, 나간다는 것을 다음 경기를 위해 앉혀뒀다"고 했다. 에이스 김온아는 끝내 3-4위전에도 나서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백업선수없이 끝까지 악으로 깡으로 버텨야 한다. "수비진은 정신력으로 버텨야 한다. 공격진은 이은비 류은희 등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3-4위전을 잘 준비하겠다"며 결의를 다졌다.

이날 여자핸드볼 대표팀의 준결승 경기장은 농구경기장이었다. 1만명 이상의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대규모 아레나에서 이런 빅매치를 경험해본 선수들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패인이라고 했다. 1만명 이상의 관중, 그가운데 80% 이상이 노르웨이 관중이었다. 으리으리한 경기장에서 일방적인 응원 속에 떨어져 가는 체력을 버텨내며 고군분투했지만 끝내 쓰라린 패배를 맛보게 됐다.

강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최선을 다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스페인-몬테네그로 준결승전의 패자와 3-4위 결정전에서 맞붙는다.
런던=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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